깎아 지른 경사면
Posted 2010. 6. 12. 08:5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작년 이맘때쯤 점심 산책길에 외곽순환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지점까지 난 길을 발견하고
가끔 심심할 때 지나곤 한다. 그러니까 이 도로 밑엔 건너편 마을 주민들이 모락산 올 때
통과하는 작은 터널들이 몇 개 있고, 산길에서 살짝 들어갈 수 있는 갓길과 연결되는 샛길도
있고, 위에서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언덕도 군데군데 있는 것이다.
도로를 놓기 위해 파헤치고 깎은 건너편 야산의 경사면은 거의 수직에 가까운데, 높이가
족히 50미터는 돼 보인다. 처음 볼 땐 아찔한 느낌까지 들 만큼 잔뜩 깎아 질렀다. 이 도로가
놓이기 전에는 내가 지금 서 있는 곳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도로 밑의 작은 터널로만
건너 다닐 수 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이 구간(판교-평촌)이 개통된 게 1995년이다. 15년이 흐르는 동안
깎인 단면 바위 틈새로 풀과 나무들이 제법 자라 처음의 날카로움을 많이 상쇄시키고 있지만,
여전히 저 앞에 서면 시원하게 달리는 차량과 탁 트인 전경은 눈에 안 들어오고 깎아 지른
경사면이 주는 위협감에 서둘러 발길을 돌리게 된다. 어느 바위가 연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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