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 Tuolumne Meadows
Posted 2014. 7. 18.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Wild Yosemite7월 6일 주일 오후 Shiker님과 산호세를 출발해 세 시간 가까이 달린 후 마리포사(Mariposa)에서 저녁을 먹고 요세미티 밸리(Valley)에 도착했다. 200마일이 조금 안 되는 거리지만, 4시간 정도 걸렸다. LA에서 올라오는 토니 목사의 차가 막혀 밸리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11시쯤 도착한 토니의 배낭을 옮겨 싣고 투올러미(Tuolumne)로 한 시간 넘게 이동해 자정을 훌쩍 넘겨 텐트를 치고 첫날 단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사무실에 가서 예약을 확인하고 백패킹 캠핑 허가증을 받고, 마지막으로 배낭에 가져갈 짐 외에 불필요한 것들은 냄새를 맡고 다가온 곰이 열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은 철제 보관함에 넣어두고 다시 배낭을 꾸려 요세미티의 숲속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3박4일 일정으로 잡은 코스는 투올러미에서 출발해 첫날은 선라이즈 캠프장에 여장을 풀고, 다음날은 리틀 요세미트 밸리 캠프장에서 쉬고, 셋째날 하프돔 등정을 한 다음 밸리로 내려오는 유명한 존 뮤어 트레일(John Muir Trail, JMT)의 출발점을 역순으로 밟는 것이었다. 밸리에서 출발하는 JMT를 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올라가는 코스가 많아 힘이 많이 든다고 하는데, 오며가며 보니 그렇게 하는 백패커들도 많이 보였다.
양옆으로 삐죽 솟아오른 산봉우리들이 지나갔고, 커다란 세콰이어 나무들이 서 있거나 쓰러져 있는 못 보던 풍경에 취해 처음에 느껴지던 배낭 무게가 점점 익숙해지면서 슬슬 배낭도 몸의 일부가 되어 갔다. 트레일 코스는 처음부터 오르막이 바로 시작되는 바람에 약간 당황했지만, 전체적으로 그리 험하진 않았다. 다행히 검단산, 모락산, 도봉산, 백운봉 등에서 어느 정도 단련돼 있는 다리 근육이 열 살 아래에, 요세미티 베테랑들인 후배들에 뒤처지지 않고 줄곧 걸어가게 하는 데 힘이 됐다.
투올러미(Tuolumne)는 동굴, 돌집에 살던 사람들을 뜻하는 인디언 말에서 유래된 동네 이름으로, 고도 8600피트, 2600미터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처럼 3박4일 일정으로 백패킹 하는 데 아주 적당한 출발점이며, 캠프장은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요세미티 공원 셔틀버스가 다니지만, 우리처럼 차 두 대로 와서 밸리와 투올러미에 각각 세워 놓고, 백패킹이 끝나는 지점에서 차를 타고 출발점에 세워둔 차를 가지러 간다.
요세미티의 산 봉우리들은 우리네 산처럼 나무로 덮이기보다는 봉우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진 것들이 많았다. 걷는 트레일 양옆으로는 세콰이어를 비롯해 키가 큰 나무들이 많이 자라고 있었지만, 멀리 보이는 봉우리들은 뾰죽하고 매끈한 게 암벽 등반하는 클라이머들이 군침을 흘릴만한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런 길이 얼마나 계속되나 하는데 두 시간쯤 지나자 저 멀리 평평하고 완만해 보이는 넓은 초원 지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의 오르막에 살짝 겁을 먹었지만 이내 평탄한 길이 이어졌고, 왼쪽으로 보이는 캐씨드랄 피크(Cathedral Peak, 3335m로 1만 피트가 넘는다)가 처음엔 날카롭고 뾰죽한 봉우리로만 보이다가 걸음을 옮기면서는 숨겨왔던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는 바람에 경탄을 연발케 했다. 대성당 봉우리란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닌 모양이다.
메도우(Meadow)는 말 그대로 초원 지대로 오르내리막 산길을 가다가 넓고 평평하고 광활하기까지 한 초원 지대, 그것도 2천 미터대의 봉우리들 사이에서 만나는 탁 트인 메도우는 특별했다. 게다가 풀밭만이 아니라 산과 나무와 장 어울리는 크고 작은 호수까지 있어 풍경이 볼만 했고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가웠던 건, 첫날 코스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는 것.
'I'm traveling > Wild Yosemit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세미티에선 뭘 먹나 (4) | 2014.07.23 |
---|---|
올여름 미국 기름값 (2) | 2014.07.19 |
백패킹 요세미티 (2) | 2014.07.17 |
발단 - 요세미티 한 번 가야죠 (2) | 2014.07.16 |
귀국 (4) | 2014.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