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세미티 쓰레기통
Posted 2014. 9. 8.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Wild Yosemite요세미티엔 곰이 산다. 음식이나 치약 냄새를 맡으면 배낭을 찢기도 하고 갖고 튄다고도 하는데, 그래서 캠핑객들은 음식을 밤새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들고 열기 어렵게 고안된 곰통(Bear Canister)에 넣어 지킨다. 요세미티 같은 야생(Wilderness)에서 음식을 털리면 부득불 캠핑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히 뺏으려는 놈과 지키려는 자들 간에 한판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동네다.
백패킹을 하려면 짐을 줄이는 게 관건이라 음식도 건조 간편식 중심으로 최소한도로만 준비해 다니지만, 줄이고 줄여도 쓰레기는 나오게 마련이라 음식물 쓰레기 또한 곰통에 넣고 다니다가 캠핑장 같은 데서 쓰레기통을 만나면 비로소 버리고 짐 무게를 줄이게 된다. 그런데 곰이 스레기통이라고 안 뒤질 리 없어 쓰레기통도 쉽게 건드리거나 열지 못하도록 철제로 만들고 손잡이 모양을 복잡하게 만들어 둔다.
요세미티 캠핑장에서 본 쓰레기통은 생김새부터 희한했는데, 마치 원통과 사각형 두 개를 한데 붙여 놓은 모양이었다. 바닥은 흔들리지 않도록 시멘트로 붙여 놓았고, 손잡이도 높이 달아 놓아서 쉽게 열 수 없게 만들었다. 물론 이렇게 해 놔도 녀석들은 어떻게든 뒤지고 헤집어 놓겠지만 말이다.
요세미티는 아니지만 산호세 인근 레드우드 국립공원에서 본 쓰레기통도 머리를 써서 만들긴 매한가지였다. 여기는 세콰이어 나무로 유명한 곳인데, 역시 캠핑이 가능한 공원이라 곰이나 다른 동물이 음식 냄새를 맡고 쓰레기통을 뒤질 가능성이 많은 곳이었다. 쓰레기통이 그리 키가 크지 않아 괜찮으려나 했는데, 위의 뚜껑 여는 데를 조금 복잡하게 만들어 둔 게 비밀이었다.
그림은 쓰레기를 버리려고 뚜겅을 열 때 손바닥을 펴서 집어 넣은 다음에 안쪽에 있는 걸쇠를 돌려야 뚜겅이 들어올려진다고 말하고 있었다. 곰이 영리하다고는 해도 이 그림을 해독할 수는 없을 테고, 낑낑대다가 포기하고 돌아서게 만드는 구조였다. 이쯤 되면 사람도 못 여는 쓰레기통은 아닐지 모르겠다.
쓰레기통 얘기를 하는 김에 조금 지저분하지만 좀 더 리얼한 이야기도 해야겠다. 요세미티 같은 야생 환경에서 급한 볼일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화장실이 있는 캠핑장도 아니고, 중간 어디쯤에서 갑자기 아랫 동네의 소환을 받게 되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때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우리가 출발한 투올러미(Tuolumne) 방문객 사무실엔 친절하게도 그림으로 일 처리 과정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일단 아무리 급해도 아무 데서나 일을 봐선 안 되고, Step 1에서처럼 캠프장과 등산로, 물가로부터 공히 최소한 100피트(30m 정도)가 떨어진 곳에 휴대용 삽으로 판 다음 묻게 돼 있었다. 실제로 백패킹을 많이 하는 토니의 짐 중엔 이런 용도로 쓰는 휴대용 삽이 있었고, 우리도 한 번 이 삽을 사용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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