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심했다
Posted 2010. 6. 27. 01:26, Filed under: I'm wandering/아서라, 말아라
오랜만에 검단산을 찾았다. 유길준 묘소 쪽으로 해서 정상을 지나 애니고 쪽으로 한 바퀴 돌아오는
두 시간 반짜리 코스였다. 날은 흐렸지만 일기예보와는 달리 다행히 비는 안 내린다. 까짓것, 중간에
와도 맞아주겠단 생각으로 반바지 차림으로 나섰더니 걸음이 가볍다.
산 입구에서부터 안 보이던 현수막들이 너댓 개 보였는데, 이름은 조금씩 달랐지만 같은 스타일에,
같은 로고를 사용한 걸로 봐 한 군데서 내건 모양이다. 대부분 아래같이 산에서 많이 보던 자연보호
풍의 무난하고 심심한 구호였지만, 개중엔 메시지가 꽤 심각한 것도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등산객들에게 경각심을 준다는 게 지나쳐 협박조로 들리는 것도 있다.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거나 등산로 외의 샛길로 오르지 말라는 의미일 게다. 좋은 말이네 하면서
그냥 넘어갈 사람도 있겠지만, 산에서까지 이런 메시지를 전달 받는 건 너무했다.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이런 말은 산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할 게 아니라, 4대강 삽질공사장에나
걸어놓아야 할 말이다. 정말 거기에 딱 들어맞는 말 아니던가. 정작 해야 할 데선 입도 벙긋 못하고
묵살과 강행의 우를 범하면서 애꿎은 등산로에나 걸어놓은 사정이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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