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아신스와 꽃기린
Posted 2015. 3. 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잡동사니
베란다 추위를 피해 거실에 들여놓았던 화초들이 집안의 온기와 주말에 주는
물을 받아 먹으면서 올겨울을 버텨냈다. 3월이 되긴 했어도 꽃샘 추위도 남아 있고,
산들 봄바람 불어올 때까지 한 달 정도 더 있다가 베란다로 나가 늦가을까지 지내다가
겨울이 될라치면 다시 들여놓는 일이 반복된다.
녹색 일색이던 화초들 가운데 작은 알사탕 같은 천냥금과 손톱보다 작은 꽃기린
꽃만 붉은 색을 보였는데, 두어 주 전에 동창들과의 모임에 다녀 온 아내가 히아신스
하나를 얻어 왔다. 허브처럼 생긴 구근(球根) 식물을 얻어왔노라 자랑하는 아내에게
우리 - 아빠와 딸 - 는 양파 아니냐며 무식을 드러냈다.
키가 작은 히아신스는 이사 온 우리집이 맘에 들었는지 며칠 지나지 않아 꽃기운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제 키보다 크고 화려한 꽃을 피워냈다. 눈부신 꽃분홍이 단연 시선을
끌거니와, 자태도 얼마나 탐스럽고 눈이 부시도록 세련됐는지, 도무지 Before와 After가
연결이 안 될 정도였다.
히아신스는 희한하게도 뿌리와 잎파리 그리고 꽃이 각각 1/3 크기씩 돼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위로 올라갈수록, 그러니까 뿌리보다 잎파리가, 잎파리보다 꽃이 키가 컸다.
그러다보니 저 화려한 꽃을 받쳐줄만할 잎들이 그만 무게를 못 이겼는지 며칠 못 가
꽃이 슬쩍 기울더니 쓰러지기 시작한다는 것.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히아신스가 우리집에 시집 오기 전까지 식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건, 아담하고
이름도 예쁜 꽃기린이었다. 처음 꽃기린 꽃이 한 방울씩 맺히기 시작하면서 그 여린
자태를 드러낼 때 우린 숨죽이며 발화(發花)를 지켜봤다. 정말 손톱보다 작은 꽃이
하나 둘씩 피어났는데, 우리집에 완전히 적응됐는지 올겨울엔 제법 많이 피어냈다.
남향이 아니라서 화초들에겐 불리한 환경이라 그 동안 많은 나무와 화초들이 겨우
한 해 버티다 시들거나 얼거나 해서 속이 상해 그저 무던하게 살아 남은 것들에 줄창
물만 주곤 했는데, 이 꽃들과 키 작은 다육이들이 잘 견뎌내면서 다시 관심 좀 가져보라며
봄을 재촉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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