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에선 역시 인앤아웃버거
Posted 2015. 7. 9.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미국 서부 도시들
미국 서부에 왔으니 햄버거의 지존 인앤아웃버거를 안 먹고 갈 수가 없다. 작년보다 식구가 배는 늘어 열 가정이 넘는 하나의 씨앗 교회(매주 팟캐스트 파일로 Shiker님 설교를 듣고 있으니 Remote 교인인 셈이다^^)에서 주일예배를 마치고 근처에 있는 매장으로 향했다. 지난주 머물렀던 시카고와는 달리 캘리포니아는 여름 날씨로 햇볕이 뜨겁고 강렬했다.
70석이라 써 있는데 빈자리가 거의 없다. 끊임없이 손님이 들고 나는 호황이 따로 없다. 주문을 하고 번호표를 불러주기를 기다리는데, 족히 십 분은 걸린 것 같다. 사람마다 차이와 호불호가 있겠지만, 대체적인 평가는 맥도날드나 버거킹이 상대가 안 된다고 한다. 나도 3년 전, 작년 그리고 이번에 먹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난 번에는 두 번 다 빵 대신 양상추로 싼 것을 먹었는데, 이번엔 오리지널로 먹기로 하고 치즈버거 세트를 시켰다. 음료는 레몬에이드, 생감자 프라이는 여전했다. 수제버거 맛까진 아니어도 서부에 오면 미리부터 생각나면서 한 번쯤 먹어줄만 했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버거와 비교하면, 토마토가 두 겹, 양상추도 두툼하게 들어가 있는 게 우선 눈에 띈다. 버거라고 해서 고기 패티만 디립따 넣는 게 아니란 말이다. 잘 보이지 않지만 양파도 들어가는데, 날 것과 구운 것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메뉴판엔 안 나와 있지만, 싸우전 아일랜드 쏘스를 버무려 준다든지 하는 현지인들만 아는 히든 메뉴도 있다고 한다.
인앤아웃버거는 기독교인이 한다는 걸 두드러지진 않지만 살짝 알리는 성경구절이 포장지 귀퉁이나 음료컵이나 프렌치 프라이 상자 바닥면에 깨알 같이 작은 글씨로 씌어 있는데, 작년에 본 요한복음 3:16뿐 아니라, 잠언 24:16, 계시록 3:20, 나훔 1:7이 인쇄돼 있었다. 글쎄, 이렇게 성경구절을 숫자로만 표시해 놓는 게 고객들에게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 모르겠지만, 안 하는 것보단 낫겠다 싶었다.
여기 아르바이트 시간급은 $11.50인데, 이 정도면 거의 최하 레벨이라고 한다. 일손이 모자라는지 계속 모집하는 광고가 매장 한 켠에 붙어 있는데, 글쎄, 기독교 정신으로 하는 기업이라면 전도용 성경구절도 중요하지만, 남들보다 이런 거나 먼저 잘 챙겨주면 좋았겠다 싶었다. 우리가 들어갈 때나 먹고 나올 때나 드라이브 쓰루 행렬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는데, 맛이나 인기만큼이나 종업원들의 복지도 먼저 챙겨주면 금상첨화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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