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 라멘 강자 라멘도조
Posted 2015. 7. 26.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미국 서부 도시들캘리포니아 와인 산지 나파 밸리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저녁식사 시간이 됐다. 작년에 못 본 금문교를 보고 오느라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거쳐왔는데, 저팬 타운 근처에 있는 산 마테오(San Mateo)에 샌프란 일대 라멘 강자가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7시가 조금 넘은 월요일 저녁인데도 대기열이 길어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했다.
라멘 도조는 위 사진의 오른쪽 1/3만 차지하는 자리가 24석밖에 안 되는 작은 식당이었다(이번에 보니 미국 식당들은 벽면에 보유 좌석수를 표기하고 있었다). 자고로 이런 작은 식당이 숨어 있는 맛집인 경우가 많은데, 과연 그런듯 우리 앞에도 10팀 정도가 자리가 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창문과 벽면에 쓴 한자로 보니 식당 이름의 뜻을 짐작할 수 있었다. 태권도나 유도 도장(道場)에 쓰는 말인데, 그러니까 수타 방식으로 라멘을 제대로 만들어 내는 곳이란 의미였다. 일종의 라멘 사관학교, 라멘 마스터 클라스 정도로 이해해도 될 법한 상호였다. 영어로는 일본식 매콤한(Spicy) 국수집이라 써 놨는데, 음~ 제법 맵게 만드나 보다.
이 집은 국물을 내는 베이스에 따라 시오(소금), 돈코츠(돼지뼈), 미소(일본 된장) 라멘 가운데 고르고, 매운 정도를 안 매운 것부터 아주 매운 것까지 4단계로 선택할 수 있는데, 셋 다 $10.75를 받았다. 우린 마늘맛 나는 돈코츠 3단계 레귤러 매운 맛을 골랐는데, 나중에 맛을 보니 아주 매운 걸로 시켰어도 혀에 불이 날 정도는 아니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주방 가까운 테이블에 앉게 돼 살펴보니 일본 요리사는 한두 명이고, 나머지는 히스패닉들이었다. 그러니까 국물을 낸다든지, 수타면을 만드는 본질적인 것만 일본 주방장이 하고, 홀 서빙과 나머지 작업은 다른 친구들이 하는 시스템이었다. 샌프란의 높은 물가와 인건비를 생각하면 나름 합리적이겠다 싶었다.
자리에 앉고 5분 정도 지나서 라멘이 나왔다. 특이한 건 커다란 상추 한 장과 두꺼운 부추를 얹어준 건데, 라멘집에서 이런 조합은 흔히 못 봤던 것 같다. 현지 재료 가운데 나름 어울리는 조합을 만들어낸 듯 싶었다. 마늘이 몇 개 얹혀 있고, 아마도 실고추처럼 보이는 가느다란 고명의 양으로 매운맛 정도를 달리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후루룩 흡입하니 두툼한 차슈 두 점과 꼬들한 수타 면발 그리고 국물맛은 샌프란 강자란 평판을 들을 만했다. 물론 일본 본토나 한국에서 일본인들이 직접 하는 잘하는 라멘집들이 내는 그윽하고 독특한 풍미엔 아무래도 조금 못 미치지만, 그래도 바다 건너 미국에서 먹는 라멘으로는 이만하면 충분하고 훌륭한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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