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나무
Posted 2010. 7. 28. 10:29,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7월의 마지막 주일 오후 아내와 고골에서 산성 북문을 거쳐 서문까지 갖다 왔다. 요즘 우리 부부가 산에 가자고 할 때는 door to door 기준으로 보통 세 시간 정도 걸리는데, 쉬엄쉬엄 가고, 중간에 한 번 쉬는 데는 산곡 쪽으로 올라가 약수터까지 갔다 내려오는 길과 이 길 가운데 택하면 딱이다.
7월 하순의 고골 숲은 햇볕은 피할 수 있었으나 높은 습도는 어쩔 수 없었다. 요즘 장마비로 숲은 더욱 우거져 있었고, 초입의 나무 다리는 반쯤 무너져 있었다. 고골에서 북문까지는 1Km가 조금 넘는 부담없는 거리이고, 오르막이긴 하지만 경사가 완만하고 경치가 좋아 걷기에 편한 길인데, 중간쯤에 아치형으로 휘어진 나무가 있다. 오를 때는 나무에 가려 잘 안 보이는데, 올라가서 내려보면 잘 보인다.
제법 큰 나무가 며칠 전 폭우로 부러져 있었다. 비와 바람이 얼마나 세차게 몰아쳤길래 이 큰 나무가 견디지 못하고 꺾인 것일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번개라도 내려쳤던 것일까. 이쪽 저쪽에서 살펴보니 상당히 심하게 꺾여 생생한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도 완전히 꺾이진 않아 아직 줄기에 연결돼 있다.
이 큰 나무가 바닥에 떨어졌다면 분명 길을 가로막았을 것이다. 이 정도 꺾이고 부러지고서도 살아남을지, 아니면 베이는 운명이 될지 시간이 조금 지나면 판명이 될 것이다. 어느 경우든 이 나무는 묵묵히 제 소임을 다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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