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을 부르는 민들레
Posted 2016. 4. 1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주일 오후에 농구장에 주차하고 운동장 트랙을 지나 강당으로 올라가는데 관중석
계단들 틈 사이로 언듯언듯 키 작은 풀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그냥
잡초였다면 무심코 지나갔을 텐데, 노란 봄꽃을 군데군데 피워내는 게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또 다른 봄의 전령이자 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민들레 (5/27/15)였다.
이 학교 운동장 관중석은 한 면만 있는데, 체육시간 등에 학생들이 앉는 자리엔 시멘트
위에 목재를 깔고, 지나다니는 자리엔 보도블럭을 깔아 색을 달리하면서 살짝 멋을 냈다.
옛날엔 덩그러니 시멘트로만 돼 있어 썰렁했는데, 이렇게 꾸며놓으니 보기가 좋다. 게다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블럭과 시멘트 틈바구니 사이로 봄나들이 나온 민들레가 초록색과
노란색을 살짝 곁들이니 예배가 몇 분 안 남았지만 가까이 안 가볼 도리가 없었다.
이 학교 교정 곳곳엔 개나리와 목련이 활짝 피었다가 지금은 벚꽃이 만발해 운동장
관중석 한 구석에 코딱지만하게 겨우 모습을 드러내는 이 민들레들의 존재를 알아보는
친구들은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남들처럼 화려하고 세련된 나무나 꽃은 아니어도
그래도 이 계절에 안 보고 넘어가면 서운했을 텐데, 뜻밖의 장소에서 만나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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