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 디자인4 - 성미함
Posted 2016. 6. 12. 00:00, Filed under: I'm churching/교회 나들이
두 주에 한 번 회의차 가게 되는 온누리교회당을 외부자 시각으로 훑어보노라면 이것저것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다. 그래봤자 모임 장소인 교회당 건물 사이에 있는 CGN 홍보관이나
1층 로비 안쪽에 있는 카페 Shining Glory에서 로비를 지나 화장실 왔다 갔다 하는 길에 잠깐
살펴보는 정도지만, 그래도 워낙 크고 문화친화적인 교회다 보니 구경거리가 쏠쏠하게 생긴다.
온누리 디자인1 - 타이포그라픽 포스터 (12/6/15)
이번에 본 건 로비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구제헌금함과 성미함. 구제헌금함이야 다 알 것 같아
논외로 하고, 내가 주목한 건 성미함이었다. 요즘 세대들은 이게 뭔지 잘 모르고, 처음 들어보는 이들도
있을 텐데, 옛날에 그러니까 일제시대와 한국전쟁기 그리고 6, 70년대만 해도 교회 목회자들의 사례비가
많지 않았고 자연히 살림살이가 대개 어려웠다. 대형교회가 생기기 전이었고, 교인들의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아 헌금이 그리 많지 않았고,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목회자들도 적지 않았다.
이걸 조금 보완해주는 장치가 성미함이었다. 주부 교인들이 밥을 할 때 또는 사전에 일정량의
쌀을 따로 떼놓았다가 교회에 올 때 가져와서 목회자와 어려운 교인들의 양식이 되게 하는 건데,
비슷한 개념으로 십시일반(十匙一飯, 숟가락 시)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동안 나는 목회자용이란
뜻에서 聖米라고 쓰는 줄 알았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마음의 정성을 모아 드리는 거란 의미에서
誠米로 쓰고 있었다. 聖米보다 誠米가 훨씬 좋아보인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아마도 옛날처럼 실제로 쌀을 가져올 필요 없이 성미에 준하는 헌금을
드리(라)는 용도인양 목이 아주 가늘고 좁았다. 구조로 봐서 비닐 봉지에 쌀을 담아와 쏟기도 그렇고,
10-20kg들이 쌀푸대를 가져와도 놓을 데가 없어 보였다. 전통은 살리되, 운영은 지극히 현실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찌 됐든, 가장 현대적으로 보이는 교회에서 사라져 가는 교회 전통을
이렇게라도 유지해 가고 있다는 게 보기 좋았다. 쭈욱 계속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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