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석상
Posted 2016. 10. 1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사무실 앞 계원대는 남쪽으로 모락산을 끼고 있는데, 산쪽으로 난 캠퍼스 공터에 학생들의
오래된 설치 작품들과 돌석상 몇 개가 서 있다. 다른 데 있던 걸 옮겨온 것 같진 않고, 이 일대가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에 이런 석상이 서 있던 무덤터였을 거란 추측을 하게 한다. 이런 걸
세워 놓을 정도면 고관대작이었거나 뼈대 있는 가문이었을 것 같은데, 비석도 안 보이고
아무런 표시가 없다.
잘 깎아 다듬어 세워 놓은 돌석상들 - 역전앞처럼 한자와 우리말이 중복돼 그냥 석상이라고
써야 하지만 웬지 이렇게 써야 더 실감이 난다^^ - 은 한동안 방치되면서 잡풀들 사이에 위치며
방향이며 자기 좋을대로 서 있는데, 그러다보니 풀들이 발가락을 간지럽히고 담쟁이들이 타고
올라 장난을 걸어도 근위병처럼 무심한듯 무표정 부동자세로 꼿꼿하고 꿋꿋이 서 있다.
돌로 만든 것들이라 세월이 흘러도 크게 변하거나 변형되진 않았지만, 놓인 위치에 따라
형색에 차이를 보였다. 길이 난 곳에 자리 잡은 것들은 비교적 번듯했지만, 잡풀들 사이에
놓인 것들은 키가 조금 작기도 했지만, 발끝부터 가슴께까지 자라 오른 잡풀들 사이에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있는지조차 몰라 보이기도 했다.
이런 돌석상들은 산중 사찰이나 소문난 건물들처럼 주로 앞모습만 보게 되는데, 한 바퀴
둘러보다가 아무런 장식 없이 반듯한 뒷모습이 포착됐다. 앞면도 단순하게 새겼는데, 굳이
뒷면까지 조각할 필요는 없었나 보다. 지금까지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온 것처럼 또 얼마나
다른 세월과 풍상(風霜)들을 버티며 견뎌낼지 가끔 가서 봐 주어야겠다.
'I'm wandering > 동네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리 없는 아우성 (0) | 2016.10.31 |
---|---|
고택의 가을 (0) | 2016.10.28 |
간절한 부탁 (0) | 2016.09.25 |
고인돌 바위 (0) | 2016.09.11 |
산성 안내판 한글과 영어의 차이 (0) | 2016.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