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웃음
Posted 2017. 2. 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내게만 그리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눈이 오면서 산길의 베인 나무가 환히 웃어 주었다.
밑둥만 남은 이 나무는 한 번에 베이지 않고 높이를 살짝 달리하면서 베였는데, 눈이 쌓여
덮인 게 꼭 활짝 웃어제끼는 모양새가 되었다. 동네 산책로 벚나무 가지 사이에 작은 눈사람
하나가 얹혀 가벼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저게 웃는 얼굴이냐고? 그럼, 제 세상 만나고,
나무까지 탔는데 우는 얼굴이겠는가.^^
산길에만 아니라 동네 작은 공원 나뭇잎도 눈이 내린 게 신나고 좋은 건 매한가지인지
둥그런 잎들이 한 칸씩 건너 가면서 눈을 모으며 활짝 반겨 주었다. 잎마다 눈을 이고 있었다면
특별해 보이지 않았을 걸 알았을까. 내리누르는 눈 무게가 부담스러웠지만, 다 털어버리면
또 아무도 안 봐 줄까봐 나름 머리를 쓴 것 같았다.^^ 셋 다 기분 좋은 눈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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