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밈새가 2% 아쉬운 시인의 밥상
Posted 2017. 2. 1.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책을 몇 권 사 오면 대개는 먼저 보고 아내는 시차를 두고 읽는 편인데, 개중에 어떤 책은 먼저 읽겠다면서 집어드는 게 있다. 올 겨울엔 공지영이 지리산을 찾아가 버들치 박남준 시인이 차린 밥상을 받으며 두런두런 재잘재잘 조곤조곤 수다를 떠는 『시인의 밥상』(한겨레출판, 2016)이 그러했다. 두어 달에 걸쳐 자기 전에 천천히 나눠 읽더니만(새로 일을 하게 되는 바람에 거의 한 달은 책은 펴도 졸음이 몰려왔던듯) 얼마 전에야 내게 차례가 왔다.
전작인 『지리산 행복학교』(2010)의 속편 격인 이 책은 한겨레신문에 연재된 걸 묶었는데, 신문에서 대략 읽었던 터라 어차피 책은 천천히 두고 읽을 요량으로 사 둔 터였다. 시인의 슴슴하고 맛갈진 지리산 사계절 음식 이야기 스물 네 편이 공지영 특유의 쉽고 편안한 어투와 컬러 사진 그리고 시인의 시와 함께 실리고, 책 말미엔 이 책을 쓰게 된 아름다운 사연 - 시인의 심장병 수술비 마련을 위해 - 이 소개되고 있다.
만족스런 내용과는 달리 책 꾸밈새에서 표지와 본문에서 각각 1%씩 2% 아쉬움이 느껴졌다. 면당 20행씩만 배열한 건 독자 기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데, 내 취향으론 2-3행을 더 배열해도 좋았겠다 싶다. 그러나 소제목의 널널하고 낭비적인 배열은 책의 품위를 깎아 보여 맘에 안 든다. 한 줄로 해도 넉넉하고, 위 아래 한 줄씩만 띄어도 될 것을 무려 다섯 줄이나 잡아 먹고 있는데, 뻔한 장사속이다.
본문 편집이야 대충 넘어가 준다 해도 표지의 띠지는 정말 맘에 안 든다. 초판본에 한해 양장본을 보낸다는 광고를 보고 주문했는데, 단아한 표지의 아름다움에 비해 띠지가 영 불안해 보인다. 이 책만 아니라 이 출판사는 가끔 이렇게 띠지를 성의 없게 만드는데, 얇고 애매한 사이즈는 손에 잡고 읽을 때 걸기작거리는 게 사자마자 떼어 버리게 만든다. 띠지를 벗겨 버리면 심플하고 깨끗한 백색 표지가 남는데, 심심하고 허전해 보이기까지 한다.
기왕 만드는 띠지, 보기 좋게만 만들지 말고 실용성을 가미하면 좋았을 텐데, 편집자가 별로 고민을 하지 않았나 보다. 조금 두껍게 해서 내구성을 갖추거나, 얆더라도 하다 못해 책 크기 반 만큼이라도 키웠으면 훨씬 안정적으로 보였을 텐데, 이런 꾸밈새에서는 독자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별로 안 읽혀진다. 좋은 내용을 안이나 겉이나 좀 더 품위 있게 만들면 훨씬 빛났을 것 같은데,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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