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드는 숲길
Posted 2017. 10. 2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동네산을 다니다 보면 비가 온 것도 아닌데 가끔 나무들이 온통 검게 보이는 햇볕이 잘 안 드는
빽빽한 숲길을 걸을 때가 있다. 그래봤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서 있는 울창하고 거대한 레드우드 같은
압도적인 풍경은 아니고, 방금 전까지완 조금 다른 느낌을 주는 정도지만 자연이 연출하는 순간적인
경이에 새삼 놀라곤 한다. 반대의 경우도 왕왕 있는데, 고개를 돌려보면 갑자기 눈이 부시면서
나무들이 화이트 톤으로 평소 보던 것과 다르게 보일 때가 있다.
두 경우 모두 여기에 이런 데가 있었나 하면서 급히 셔터를 누르게 만드는데, 두어 주 전 주말
오후에 검단산을 오르다가 우연히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을 때 오후의 강렬한 햇살에 숲의 나무들이
갑자기 환하게 빛나 보여 순간적으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나중에 집에 와서 맥북에 사진을 옮겨놓으니
마치 빛 바랜 사진 같아보이기도 하고, 수채화 풍으로 보이는 게 풍경화가 따로 없었다. 여기가 원래
이런 데가 아닌데, 싶으면서도 빛이 확 들어온 듯해 보이는 풍경이 나쁘지 않았다.
아마 역광이 만들어낸 풍경이 아닐까 싶은데, 평소 역광 사진을 별로 찍지 않다가 생소한 느낌을
받았던 모양이다. 따지고 보면 별 거 아닐지 모르겠지만, 나로선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재밌는 건, 사실
처음엔 나무들에 주목한 게 아니라 아랫쪽에 있는 어두워 보이는 바위들 모양새와 단면을 찍어두려다가
이런 풍경을 얻게 됐다는 거다. 워낙 빛이 압도적인 사진이 된지라 바위들엔 눈길이 잘 안 가는데,
어쨌든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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