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태 뒷태
Posted 2017. 10. 2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산길에 종종 보이는 돌탑은 쌓아올린 높이나 둘레가 압도적이거나 돌 모양이 독특하기 전엔 눈에 잘 안 띄는 경우가 많다. 웬만한 데, 그러니까 아무 데나 두서너 개 심심풀이로 쌓아 놓은 것들은 흔하디 흔헤서 그냥 지나치기가 쉽다. 위례둘레길에 있는 나즈막한 이성산성 유적지 앞에 있는 돌탑은 작은 돌들로 기초를 잘 쌓은 하단 위로 종종 누군가가 모양을 바꿔놓는 상단부가 시선을 끈다. 한 달 전쯤 갔을 땐 쌓아 놓은 돌들이 머리, 몸체, 다리로 삼분된 사람 모습을 하고 있어 단박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수많은 돌들 가운데 저리 잘 어울리는 돌들을 고른 눈썰매도 보통이 아니고, 그걸 흔들리지 않도록 균형을 잡으며 쌓아 모양을 낸 공력도 보통 이상이다 싶었다. 혹시나 해서 뒷쪽을 보니 역시나 넓적한 돌 두어 개로 균형을 잡고 있었는데, 단단한듯 하면서도 그늘진 게 막막한 기다림 또는 어딘지 모를 슬픔 같은 것도 슬쩍 연출하고 있었다. 앞태와 뒷태가 이쯤 되면 설계는 물론이려니와 건축이며 조형미를 두루 갖춘 작품이 따로 없겠다 싶어 엄지 척 해 주었다.
'I'm wandering > 동네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동네 벚꽃터널 (0) | 2018.04.05 |
---|---|
돌탑 장인의 해학 (0) | 2017.10.27 |
햇볕이 드는 숲길 (3) | 2017.10.21 |
검단산 첫 단풍 (0) | 2017.10.09 |
구름 좋은 날 검단산 (0) | 2017.1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