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년 된 회화나무
Posted 2017. 11. 1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오랜만에 신촌 이랜드 사옥에서 방선기 목사님을 만날 일이 생겼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다가
주차장 사정이 괜찮다고 해서 한 시간 정도 일찍 가서 카페에서 책 좀 읽다가 잠깐 동네를 산책했다.
경사진 동네 골목을 조금 오르노라니 아파트 단지를 지나게 됐는데, 단지 안쪽에 엄청나게 큰 나무
한 그루가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다른 단지 같으면 주차장으로 쓸 공간을 나무가 차지하고 있는 게
신기해 보여 가까이 가 봤다.
팻말까지 있어 범상치 않았는데, 심어진 지 330년 된 회화나무이고, 높이만 12m, 둘레가 5m에 이르며,
50년 전인 1968년에 보호수로 지정됐다면서 마포구청의 관리를 받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3세기가 지나도록
온갖 풍상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면서 동네 터줏대감 노릇을 하던 이 나무를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도
그대로 보존해 금싸라기 같은 서울 아파트 앞마당에 멋진 할아버지 나무와 함께 살면서 사시사철 풍경과
사연이 남다른 동네를 꾸민 이들의 노력도 대단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가까이 가서 위 아래, 옆 부분을 두루 살펴보니 오랜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한 쪽이 깊게 패이고
손상돼 있어 시멘트로 길게 메꿔 놓기도 했는데, 다행히 크게 어색해 보이진 않았다. 다른 나무 같았으면
진작에 넘어졌겠지만, 워낙 크고 뿌리가 깊어서인지 잘 버티고 있었다. 거의 아파트 7-8층 높이 가까이
가지를 뻗고 풍성한 잎을 맺고 있는 이 보물 같은 나무 때문에라도 이 단지 집값이 제법 되겠다 싶은
뚱딴지 같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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