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하고 어정쩡한 슬로건
Posted 2018. 6. 1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아서라, 말아라서판교에 있는 어느 교회당 건물 앞면과 옆면엔 매달 두세 층 높이의 대형 펼침막이
걸린다. 대로변이지만 주위엔 이 건물밖에 없는지라 이 교회 교우들만을 위해 걸어 놓은 것
같진 않고, 오고 가는 차들과 신호 대기 중인 운전자들이 무작위로 볼 수 있도록 한 것 같은데,
일종의 문화 캠페인 겸 전도 슬로건인 셈이다. 다른 땐 그저 그렇거니 했는데, 최근에 걸린
문구는 어째 조금 어색하고 어정쩡해 보였다.
음~ 이 교회 교우들에겐 익숙한 말일지 모르겠지만, 신자인 내가 보기에도 이렇게 내걸기엔
조금 생뚱맞아 보이는 문구였다. 신자들의 결혼 주례사나 책 제목도 아니고, 대중이 보는 거리
간판 같은 데다 이런 거북해 보이는 내용을 거는 멘탈은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사람들이
웬간해선 교회 올 생각을 안 하니까 꼬고 또 꽈서 아예 교회적 용어로 정공법으로 나선 건진
모르겠지만, 정작 저 슬로건을 보는 믿지 않는 사람들은 어떤 느낌이 들지 모르겠다.
일단 결혼생활 30년을 넘긴 교회 다니는 나부터 이 말에 쉽게 수긍하거나 동감, 동의하지
못 하겠다. 이 말이 틀렸대서가 아니라, 이렇게 대놓고 내세울 정도로 현대의 결혼이, 무엇보다도
기독교인들의 결혼생활이 거룩한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너(희)나
잘해라~고 코웃음 치면서 비난하진 않을지 모르겠다. 거룩은커녕 거북해 보였다. 공교롭게도
자주 이 교회 앞에 세워두고 호객하는 차에 커다랗게 써 붙인 술 광고가 더 솔직해 보였다.
결혼예배 주례사나 주일예배 설교에서도 이런 말은 대놓고 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고,
그저 의례적이고 상투적이면서 일회성에 그치고 마는 시대인데, 이 교회가 이렇게 시대 풍조를
거슬러 가면서 대중적 감수성이라곤 꽝인 것처럼 보이는 공격적 캠페인을 펼치는 이유는
뭘까. 기왕 하려면 좀 더 대중들에게 와닿는 문구를 고민하고 고안해 내야 하지 않을까.
하여튼 강심장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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