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산 2Tone Tree
Posted 2018. 8. 7.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산길 어디에나 심겨 있는 나무들은 여간해선 시선을 잡아끌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게 만든다. 너무 많고 너무 흔하고 거진 비슷비슷해 구별도 잘 안 되고, 다른 나무들과 그리 유의미한 차이가 없어 보이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눈에 띄는 게 꼭 좋은 건 아니겠지만, 숫제 죽어 잎을 다 떨어뜨리고 말라가는 고목이 됐더라면, 아니면 밑둥만 남아 등산객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앉은뱅이 의자가 됐더라면 더 눈길과 발길을 끌어당겼을 것이다.
그래도 개중에 군계일학까진 아니어도 주변 나무들과는 다른 모양새로 눈길을 끄는 것들이 있게 마련이다. 검단산 전망대를 지나 정상 방면으로 오르다 보면 완만한 숲길이 둘레길처럼 펼쳐지는데, 그 가운데 투 톤으로 빛나는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뿌리는 온전하지만 아랫쪽부터 반이 조금 안 되게 벗겨져 나간 상처 입은 나무다. 이 나무가 살아가는 방법은 벗겨진 쪽에 굳은 살을 내면서 투 톤으로 보이는 것이다.
얼핏 보면 마치 시멘트라도 덧대 칠해 놓은양 끝부분을 코팅한 것처럼, 아니면 무슨 용암이라도 흘러 내린 것인양 굳어진 살이 회색조를 띠면서 이 볼품 없는 나무에 생기를 불어넣었고, 덕분에 지나다니는 이들의 시선깨나 받고 있다. 기분이 좋은지 록커들의 손동작을 하면서 가오를 보이고, 옆 나무와 깍지를 끼면서 키득키득 장난도 치고 있으니, 이만하면 나름 존재감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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