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좋은 날 등산로
Posted 2018. 10. 19.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볕 좋은 날엔 등산로에 길게 놓인 워킹데크 걷는 게 즐겁다. 앞뒤좌우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에 무료해 보이던 워킹데크가 여러 가지 무늬를 입는다. 바둑판 같은 격자 무늬와 나무
그림자처럼 쉽게 식별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네모와 동그라미, 수채화나 파스텔 번진 것 같은
흔적 등 정확한 실체가 쉬 그려지지 않지만 잘 살펴보면 뭔가 숨어 있는 그림 같은 것들도
구석구석 슬그머니 자리하고 있다가 반겨준다.
저 데크를 지나 앞으로 나아가야만 숲으로 들어갈 수 있고, 약간의 경사는 있지만 대체로
평평하게 놓여 있어 예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은 별로 없다. 그래도 이런 날은 초입부터 여기
보라면서 발을 붙드는 풍경에 성큼 통과하지 못하고 주변을 둘러보게 만든다. 가을 햇살이
수 놓는 그림이 생각보다 아름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눈을 들어 나무들을 보면 그 실체가 드러나는데, 높은 곳도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바삐
지나다니는 데라 그닥 특징적인 순간, 장면, 공간은 아니지만, 그 순간 그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진 속엔 안 나타나지만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아우라가 있다. 내려올 때도 볼 수 있지만,
어느새 햇볕은 다른 데로 가 버린 뒤고, 지친 발걸음은 서둘러 산 아래를 딛고 싶어져 둘러볼
여유가 없고, 놀아줄 마음도 줄어들어 그만 총총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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