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타러 가나, 태우러 가나
Posted 2020. 5. 13.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행
검단산 양쪽 등산로 초입엔 작은 산불 감시소가 서 있다. 실제 산불이 일어났는지를 알아볼 수 있도록 세운 높은 망대 형식은 아니고, 그저 간단한 안내소 역할 - 등산객들에게 이런 게 없는 것과 있는 건 큰 차이일지도 모른다 - 을 하는 것 같다. 유길준 묘역 방면은 바로 나오고, 애니고 쪽은 워킹 데크를 5분 정도 걸어가면 나온다.
여기에 얼마 전부터 두 장씩 짝을 이뤄 창문 옆에 붙여 놓은 산림청에서 만든 홍보 포스터가 눈길을 끈다. 산길에서 보는 포스터답게 내용은 산불 조심인데, 단순한 표어를 내걸지 않고 등산객 모델과 함께 그럴듯한 카피를 사용해 신선해 보인다. 산을 타는 것과 산을 태우는 것 사이의 언어유희(word play)로, 뭔말인지 금세 알아차리게 하니 말이다.
잘 만든 포스터다. 조금 아쉬운 건, 흡연이나 취사 등으로 본의 아니게 불을 낸 것 같은 아랫쪽 상황이 좀 더 리얼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좀 더 (화끈하게?) 불이 난 상황을 담았다면 확 와 닿을 것 같은데, 너무 얌전하고 룰루랄라 태평해 보인다. 거꾸로 배치돼 있어 한 눈에 안 들어오기 때문일 수도 있고, 자기가 불을 낸지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상황을 담은 거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모름지기 산은 타고, 몸과 마음은 태워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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