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노고단 상고대
Posted 2021. 11. 1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종일산행
지리산 노고단의 품안에 들어섰을 때, 내 눈을 온통 사로잡은 것은 상고대였다. 동네산 검단산에선 아주 가끔 한겨울 강추위에 뭉친 서리나 눈발이 내리는 날 이른 아침에나 얼음꽃을 조금 볼 수 있었지만, 노고단에선 초입부터 정상까지 그야말로 상고대의 향연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선명하고 또렷한 상고대는 처음 봤다. 올라갈수록 상고대의 크기와 폭은 커졌는데, 어떤 건 폭이 3cm도 넘고 무려 5cm 가까운 것들도 있어 감탄을 연발하게 만들었다.
노고단 고개에 이르러 정상까지 가는 길엔 바람이 세차게 몰아쳤는데, 상고대도 눈발을 덧입으면서 얇고 예리해 보이는 아름다움을 포기하고 점점 두터워지기 시작했다. 구상나무 군락지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어떤 나뭇가지들은 살아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는 것 같았다.
상고대는 나무에만 피지 않았는데, 노고단 정상 가는 긴 로프 펜스 기둥엔 바람 방향에 따라 몇 겹으로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었다. 마침 용케도 첫눈 내린 날에 멀리서 찾아온 나를 놀래켜 주려는지, 고드름과는 또 다른 희한한 한겨울 풍경을 원 없이 선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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