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 망개나무
Posted 2020. 8. 22.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종일산행지난달에 속리산에 갔을 때 오랜만에 정이품송을 봤는데, 오래 전 수학여행 때 보던 것과는 달리 넓게 경계가 쳐 있어 가까이 접근하진 못하고 차로 오가면서 스치듯 봐야 했다. 근처에 내려 걸으면서 볼 수도 있었을 것 같긴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를 못 느낀 건 아무래도 예전만 못하단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보호를 받는 것 같긴 하지만, 수십 년이 지나면서 예전의 당당한 느낌은 많이 줄어든 것 같았다(그새 내가 어른이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 대신 내 눈을 잡아끈 건, 주차장에서 법주사 가는 길에 봤던 나무 기둥이 깊이 패이고 한 쪽 가지가 부러진 나무였다. 한 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았는데, 주위의 멀쩡한 아름드리 나무들보다 더 시선을 잡아 당겼다. 세워 놓은 팻말을 보니 망개나무였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 서 있고, 모양이 약간 특이하긴 해도 특별히 보호할 만하진 않은지 아무런 경계도 없어 바로 밑까지 가서, 둘러도 보고 만져볼 수도 있었다. 나무 위론 작은 잎들이 무성하게 자라 덮고 있었다.
나무 이름에 어감이 안 좋은 '망' 자와 '개' 자가 힘께 들어가는 바람에 부르거나 기억하긴 좋아도 귀한 대접은 못 받았을 것 같은데, 거기다가 부러지고 부서지고 패인 자국까지 간직하고 있으니 살짝 기괴해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주변의 아름드리 소나무들 못지 않게 이렇게 못 생긴 나무들이 산을 지켜 왔을 거란 생각에 기특해 보였다. 저 정도로 상처가 났으면서도 죽지 않고 서 있을 뿐 아니라, 새 가지를 내고 있다는 게 무척 보기 좋아서 올라갈 때뿐 아니라, 내려올 때도 한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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