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거리의 악사들
Posted 2022. 10. 10.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Finally Europe
거리나 공원을 걷다 보면 음악 소리가 들리면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보게 되는데, 버스킹하는 거리의 악사들이다. 파리 센 강 어느 다리를 지나는데, 흑인 청년이 돌의자 위에 앉아 가녀린 목소리로 익숙한 팝송을 부르고 있었다. 스피커에 연결한 아이폰으로 반주가 나오는데, 수준급 보컬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피렌체는 파리와 로마와 비교해 작은 도시라 걸어다니며 구경하기 좋은데, 트레몰로 주법의 익숙한 멜로디를 들려주는 클래식 기타리스트가 보였다. 버스커들 가운데는 단순히 동전을 받기보다는 자신의 앨범을 진열해 사 가게 하는 이들이 종종 보이는데, 악사로서의 자존감과 진정성의 표시일 것이다.
로마 판테온에서 가까운 나보나 광장에선 색소폰 연주가 돋보이는 트리오가 햇볕이 내려쬐는 가운데 쉼없이 연주를 하고 있었다. 3인조 악단인데, 가운데 색소포니스트가 음악의 중심을 잡고 쉬지 않고 연주를 계속했다.
양 옆의 베이시스트와 리듬 기타 주자들은 힘들어 하는 표정이 역력한데, 풍채 좋은 색소포니스트는 그저 숨쉬듯 메들리로 끝날듯 끝나지 않으면서 모든 곡을 2/4 박자로 십여 곡 넘게 연주했다. 일어날 때 보니 얼추 150kg는 나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이는 왕성한 체력으로 불어대는 것 같았다.
나보나 광장 한 쪽에선 쳄발로처럼 생긴 건반 악기를 타악기처럼 연주하는 노신사가 있었다. 점심 시간이 되어선지, 햇볕이 너무 강렬해서인지 연주를 마치고는 악기를 전용 커버로 감싼 뒤에 유유히 사라졌다. 시에스타는 아니어도 에스프레소 한 잔 또는 젤라또 한 입 하면서 한낮의 휴식을 취한 뒤에 돌아와 커버를 열고 다시 연주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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