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은행
Posted 2026. 1. 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동네산책
3/4월호 마무리 작업을 위해 9호선 송파나루역에 내려 SU에 가려는데, 길바닥에 은행 열매들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은행잎과 함께 우수수 떨어지면서 고약한 냄새를 풍기던 11, 12월도 지나 해를 넘겼는데, 아직 은행 열매 잔재들이 남아있다는 게 신기해 보였다. 고개를 들어 보니, 가로수로 심은 은행나무에 여전히 제법 열매들이 남아 있었다.
늦가을이면 노오랗게 물들면서 단풍나무와 함께 가을의 한 축을 멋지게 담당하면서 걷는 이들의 사랑을 받던 은행나무는 잎을 떨군 다음 열매까지 떨어뜨리기 시작하면 갑자기 원성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특유의 고약한 냄새오를 풍기며 사람들의 발에 밟혀 터지면서 길바닥을 어지럽게 만들어 청소부들로 하여금 푸대자루에 쓸어담게 만드는 노동을 부르기 때문이다.
봄철을 화려하게 수놓던 벚나무들이 고운 잎들을 바람에 날려보낸 후 벚찌를 떨어뜨릴 때는 지저분하긴 해도 냄새는 안 났는데, 늦가을과 겨울의 은행나무는 냄새로 잠시 기피 대상이 되니, 나무의 운명이 이렇게 달라질 수가 없다. 그래도 이렇게 열매까지 다 떨구어야 새봄을 맞을 수 있을 테니, 그깟 냄새쯤이야 잠깐 참아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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