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줄 알았던 책
Posted 2011. 8. 10.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월요일 저녁, 요즘은 월화 드라마도 별로 볼 게 없어 지난주부터 저녁 나절 슬슬 정리를 시작한 서재 - 실로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던 메인 책장 - 에 들어가 맨 왼쪽 맨 윗칸부터 하루 저녁에 한 칸씩 정리할 요량으로 일어서려는데, 중간쪽에서 옛날책들 사이로 찰나적으로 섬광같이 빛나는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얇고 작아 다른 책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숨어 있던 책이다.
대학 시절 인상적으로 읽었던 책인데, 그 동안 몇 번 책꽂이 정리를 하면서 잘못 버렸거나, 다른 책이나 서류 틈바구니에 끼어 함께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바로 그 책이었다. 스위스의 내과의사 폴 투르니에(Paul Tournier)가 쓴 <인생의 네 계절 The Four Seasons of Life>이 그동안 오매불망 부주의하고 무정한 주인의 눈에 띄기를 고대하고 갈망하며 발돋음하고 있다가 드디어 발견된 것이다.
지금은 출판사와 서점 모두 없어졌지만, 우리 땐 종로의 랜드마크 중 하나였던 종로서적에서 1981년에 낸 1,200원 짜리 책이다. 요즘 가격으로 환산하면 8천원에서 만원쯤 되지 않을까. 초판은 가치를 몰라 못 샀고, 그 다음해에 나온 2쇄였다. 근 30년 된 책인데, 그동안 이사하고 책 정리하고 하면서 옛날 책들은 상당수 버렸는데, 남아있을 뿐 아니라 추억의 책이니 왈칵~ 반가웠다. 문자 그대로 Oldies but Goodies!
판권란엔 그 당시 유행하던 표기법대로 역자와 발행인 모두 성과 이름이 띄어써 있다.^^ 142면에 120×170 크기니 46판이나 문고판보다 작고, 본문도 요즘 단행본보다 훨씬 작은 9포인트 정도로 한 면에 25행씩 지금은 없어진 식자로 편집해 놓았다.
내 기억으론 대학 2, 3학년 어느 여름에 읽은 줄 알았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 대학원 다닐 때 선물 받아 책꽂이에 꽂아두었다가 그 다음해 늦여름에 우연히 읽었다고 메모가 돼 있다. 예전엔 책을 사거나 읽은 다음엔 언제 샀고, 어떻게 읽었다든지 하는 메모를 뒷면에 남기곤 했는데, 언제부터인지 이런 좋은 습관도 놓아버렸다.
83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명선이에게 받은 선물인데, 대학부 후배로 이대 피아노과를 나온 명선이는 우리 부부의 결혼식 반주를 했다. 성경공부에 관심이 많아 한동안 내가 개인적으로 성경공부를 코치해 주기도 했다. 대학부의 여러 형제들이 좋아했는데, 결혼은 가스펠 음악을 하는 <꿈이 있는 자유>의 정종원 목사와 했다. 둘이 인천에서 목회하다가 LA에 가서 음악목회사역을 했는데, 2007년에 세미나 관계로 LA에 갔을 때 집에 초대 받기도 했다. 지금은 LA에서 교회를 개척해 여전히 사모의 삶을 살고 있다.
내용은 제목 그대로인 평범해 보이는 책인데, 지금은 절판이 된 이 책이 왜 내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 1959년에 한 강연을 토대로 쓴 책이니, 50년도 더 된 한물 간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책이 흔치 않던 시기에 인생의 의미에 눈을 뜨게 해 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내일 9월호 편집 기간이 끝나면 다시 한 번 읽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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