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식당
Posted 2011. 10. 16.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하남시청 뒷골목에 식당이 여러 군데 있는데, 그 중 예전에 명동칼국수를 잘하던 집이 있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명동칼국수와 왕만두, 냉모밀을 먹으러 자주 갔었는데, 어느날 없어지더니 식당 업종을 두세 번 바꾸면서 발을 끊게 되었다. 그때쯤 해서 양평, 덕소, 퇴촌, 광주, 서하남 등지에 우후죽순처럼 괜찮은 식당들이 들어섰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동안 그 골목을 가지 않다가 두어 주 전 주말 저녁, 둘째와만 밥을 먹게 돼 여기저기 고르다가 그 골목에서 찌게 전문점으로 바뀌어 있는 풍년식당을 찾았다. 24시간 영업하는 이 집 메뉴는 고기류 4종류, 찌게류 4종류 단촐했다. 일단 값이 무난했다. 오삼불고기 2인분을 시켰는데, 밥값은 따로 받지 않고 밥과 반찬 리필도 자유로운 훌륭한 집이었다. 다 먹고 나면 누룬밥도 맘껏 퍼다 먹을 수 있다.
이틀 뒤 어머니를 한 주 모시게 되어 저녁 때 셋이 다시 그 집을 찾았다. 이번엔 옛날삼겹살 2인분에 부대찌게 1인분을 시켰는데, 이렇게 시키면 1인당 7천원꼴이 된다. 고기와 찌게를 이 정도 가격에 맛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인데, 게다가 이 집은 밥을 공기에 주지 않고 작은 대접에 넉넉하게 담아주어 찌게나 고기를 비벼 먹기에 딱 좋았다.
이 집은 뭘 시키든 계란찜을 내오는데, 이 날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계란찜을 한술 뜨시던 어머니가 짜다고 하시자 종업원들이 어쩔 줄 몰라하면서 다시 해다 드리겠노라고 하는 걸 괜찮다고 그냥 먹겠다고 했는데, 결국 몇 분 뒤에 새 계란찜이 상에 올랐다. 본의 아니게 계란찜 곱배기를 먹고 그렇잖아도 부른 배가 남산만해져 돌아왔다.
밥도 가마솥에 지어 전기밥솥에 옮겨 놓는데, 이 과정에서 누룽지가 많이 나와 구수한 누룬밥이 가능해지는 것 같았다. 일종의 변형된 실비집이랄 수 있는데, 단 하나 단점은 과식할 가능성이 99%라는 것이다. 그래도 당분간 집 근처에서 찌게를 먹고 싶을 땐 이 집을 찾을 것이다. 계산을 마치면 냉커피와 아이스티를 마실 수도 있다.
'I'm wandering > 百味百想'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수 두 그릇 (2) | 2011.11.13 |
---|---|
사소해 보이지만 (7) | 2011.10.27 |
요즘 먹는 라면 (2) | 2011.10.05 |
젠장버거와 조폭떡볶이 (4) | 2011.10.03 |
우리집 커피 (4) | 2011.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