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목 다육이
Posted 2012. 5. 20. 00:00, Filed under: I'm churching/더불어 함께전에는 화초를 살 때 벤자민이나 고무나무 같이 크고 풍성한 것을 골랐는데,
요즘은 작고 아담한 것들에 더 눈이 간다. 한 달 전쯤 주일오후에 로즈마리와 함께
교회 모임에 갔다 나오는데, 한쪽에 손바닥만큼 작고 예쁜 화초 수십여 점이 전시돼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작은 선인장과 다육이들이 서로 다른 컵이나 화병,
미니 화분에 심겨 개성을 뽐내고 있었다.
한 구석엔 자유롭게 값을 지불하고 집어가도록 통이 마련돼 있었는데, 교회 근방
학생들을 위한 공부방 기금 마련을 위한 행사였다. 광고도 안 하고 조용히 하는 걸로
봐서 아는 사람들의 십시일반 후원을 기대하는 것 같았다. 화초도 예뻤지만 뜻도 좋아
오른쪽 두 개를 고르고 지갑에 있던 삼만원을 넣고 왔다(왼쪽의 빨간 컵 화초는 몇 달
전 야매목장 모임이 우리집에서 모였을 때 진표네가 선물한 것 중 하나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다육이마다 작은 팻말이 하나씩 꽂혀 있었는데, 우리가 고른
것은 형국초와 나들목 하늘교회였다. 이름을 보고 고른 건 아닌데 형국초는 대표목사
이름이고, 하늘교회는 봉천동에서 분립을 준비하는 교회 이름이다.
마침 지나가던 김형국 목사가 가까이 와서는 간단히 행사 취지를 설명하고선
사실은 이 다육이를 기르고 내놓은 게 자기 아내, 그러니까 사모라는 말을 덧붙였다.
정성껏 기른 다음 기금 마련을 위해 내놓으면서 하나씩 이름을 붙여 사 간 이가 바라볼
때마다 그 이름에 관심을 갖고 기도하게 하려는 취지로 보였다. 만나본 적은 없어도
십중팔구 현숙한 여인일 것 같단 느낌을 받았다.^^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다육이들이 나들목교회와
그 가족들과 닮은 구석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 키가 크거나 화려해서 우뚝 눈에 띄지는
않지만, 자기 자리에서 작고 단단하지만 신선한 생명력으로 주변에 생기와 활기를
북돋어준다는 점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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