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센스다
Posted 2012. 3. 20. 00:00, Filed under: I'm churching/더불어 함께봄이 되니 운동 경기들이 많이 열리는 가운데, 주일 오전 교회 가는 길에 마라톤 행렬을
만났다. 다행히 천호대로 시내 방향은 통제하지 않아 평소처럼 10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이가 있는 젊은 부부들이 많은 교회라 조금 늦는 이들이 있겠다 싶었는데, 잠시 후 무대
스크린에 조금 늦게 시작한다는 안내글이 올라왔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인간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상당수의 교회들이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작지만 상식적인 시도를 하지(생각도) 못하고 그냥 정해진 시간이 되면 당연하다는 듯 시작해
버린다. 거룩한 주일에 늦게 오는 게 가당키나 한 것이냐, 그러길래 좀 더 서둘러 준비했어야지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율법과 그냥 몸에 밴 관습의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중직자들과 교역자들은 이런 어려움을 거의 실감하지 못한다. 그들은 일찍부터 와서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신자들이 교통 문제로 늦어지는 상황을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다.
교회로 오는 동선에 평소와 다른 상황이 발생하면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게 마땅한데,
이런 감각이 다소 떨어져 보이는 게 일반적인 형편이다.
그리 길지도 않았다. 너무 늦추면 점심시간부터 시작해 오후의 다른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정확히 5분 지나 시작했다. 일찍 와서 자리에 앉아 기다리던 이들이나
조금 늦어 마음 졸이며 급하게 온 이들에게나 누군가 센스 있게 늦춘 5분은 이 날 예배를
좀 더 살아 있게 만들고, 숨쉬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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