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와 가짜
Posted 2012. 5. 2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봄꽃은 필 때는 무척 더디 오더니 질 때는 왜 그리 성급히 가는지 오월 중순만
되어도 산길에선 꽃 구경 하기가 쉽지 않고 죄다 초록잎 일색이다. 지난 주일 새벽
예빈산 직녀봉 가는 길에 초록잎 다섯 장 가운데 자리에 연분홍 꽃 하나가 사뿐히
앉아 있었다.
동류(同類)들은 다 땅에 떨어져 밟히거나 시들어가고 있었는데, 이 꽃잎은 봄날이
끝나는 날까지, 갈 데까지 가 보자는 심정이었던 것 같다. 내가 임의로 만지거나 꾸민
게 아닌데 떨어지면서 자리를 잘 잡아 흡사 잎들 사이로 새로 피어난 꽃인양 화사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가짜 같은 진짜였다.
그런가 하면 진짜 같은 가짜도 있다. 백운호수 선비묵집 문앞엔 넓직한 항아리
화분에 연꽃 분위기를 내는 수경식물을 가꾸고 있었는데, 초록잎 일색에 꽃 하나
없는 게 심심해 보였는지 가꾸는 이가 연꽃 세 개를 피워냈다. 얼핏 보면 진짜 같지만,
자세히 보면 조화라는 걸 눈치챌 수 있다.
너무 예쁘거나 화려하지 않았다면, 수수해서 그리 돋보이지 않았다면 조화였다는
걸 알아차리기 어려웠을 텐데, 이런 방면에 별 조예가 없는 내 눈으로도 조화라는 걸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래도 가짜 같은 진짜나 진짜 같은 가짜나 꽃은 다 예쁘다.
이런 내 마음은 가짜일까, 진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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