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울에서 견우봉까지
Posted 2012. 6. 1.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얼마 전에 블로그 친구 dong님에게서 예빈산을 오르내리는 약간 거친 코스가 있다는
말을 듣고, 한 번 가 봐야지 하다가 지난 주일 새벽에 길을 나섰다. 팔당과 덕소 일대를
대표하는 산은 예봉산인데, 그 옆에 직녀봉과 견우봉 쌍봉을 거느린 산이 예빈산이다.
올림픽도로로 미사리 쯤 오면 정면에 보이는 게 검단산이고, 팔당대교 건너 멀리 보이는
산이 예봉산, 그 오른쪽으로 보이는 낙타 쌍봉 같은 게 직녀-견우봉이다.
그 전까지는 예봉산 등산로 중 하나인 율리고개로 해서 오르거나, 직녀봉까지 바로
가는 코스를 택하거나, 반대쪽에 있는 능내리 천주교 묘원으로 오르기 시작해 승원봉-
견우봉-직녀봉까지 거꾸로 다녀오곤 했는데, 이제 네 번째 코스를 알게 된 것이다.
팔당대교를 건너 팔당역을 지나면 조개울 마을이 나오는데, 지금은 자전거 도로로 바뀐
옛 중앙선 철길 근처에 주차하고 오르기 시작한다.
올라갈 땐 너무 이른 시각이라 안 보였는데, 8시쯤 내려와 보니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한강길을 거쳐 충주까지 가는 몇몇 하이커들이 눈에 띄었다. 군자동에서 출발한 하이커와
잠시 대화를 나눠 보니, 서울에서 충주까진 예닐곱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두 시간 반에서
세 시간 정도인 내 등산이 반나절 운동이라면 자전거족, 그 중에서도 멀리까지 갔다 오는
이들은 하룻길이나 그 이상을 투자하는 셈이다.
몇 분 안 걸어 등산로 표지판이 보이고, 왼쪽으론 큰 절 같기도 하고 음식점 같기도 한
집채들이 보인다. 예봉산장을 비롯해 음식점 몇 곳이 자리 잡고 있고, 수요가 제법 있는지
새로 짓고 있는 건물들도 여럿 있었다. 산길이 얼마나 험한지는 모르겠지만, 출발점의
느낌은 좋았고, 자주 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숲길이 계속되다가 본격적인 오르막길이 나왔는데, 아주 험하진 않았다. 특이한 것은
다른 코스들이 어느 정도 오른 다음 바위 같은 데 올라가면 전망이 확보되는데 비해서
이 길은 어찌된 영문인지 그냥 다이렉트로 견우봉까지 올라가게 돼 있다. 짧은 등산
경험에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견우봉이 6백 미터가 채 안 되고 조개울부터 2km
남짓돼 딱 한 시간 걸리는 산이었길래 망정이지 좀 더 높았다면 조금 갑갑했을 것 같다.
다른 코스로 오를 때 여러 번 보면서 어떤 곳인지 궁금해 했던 예봉산장은 그날 보니
조개울 초입에 있는 음식점 이름이었다. 누군가가 짖궂게도 점 하나를 지워 전방 10km로
만들어 놓았는데, 1.0km다.^^ 산 중턱에까지 광고판을 세운 걸로 봐서 식당 주인이 산을
알고 좋아하는 이일 듯 싶다.
직녀봉도 그렇지만 견우봉 정상은 소박하다. 그 흔한 산 이름 새긴 돌 하나 놓여 있지
않아, 오가던 이들이 다음 사람들을 위해 경계목에 매직으로 산 이름을 찍찍 써 놓았다.
예봉산에 비해 찾는 이들이 적긴 해도 그래도 아주 한적한 산은 아닌데, 남양주 관공서 계신
분들 몇 년째 너무했다. 대개는 너무 단장을 하고 인공적인 요소를 가미해서 탈인데, 여긴
너무 방치하는 게 옥에 티다.
그래도 견우봉에서 몇 걸음 내려가면 나오는 넓다란 바위 위에서 바라보는 이 일대
풍경은 정말 일품이다. 5월 들어 거의 매주 하게 된 주일 새벽산행은 예빈산으로만 오게
됐다. 그만큼 내 마음을 빼앗고 몰두하게 하는 이 시간이 내게는 주일 1부예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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