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풀 접시
Posted 2012. 8. 19.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OSTA USA
인디애나 주 업랜드(Upland)에 있는 테일러(Taylor) 대학 식당 그릇은 컬러풀한 세라믹 접시였다. 보통의 대학 식당 접시는 깨끗한 느낌을 주려 흰색에, 떨어져도 잘 깨지지 않는 재질로 만든 저렴한 걸 많이 쓰는데, 다양한 색깔에 제법 묵직한 느낌이 나고, 있어 보이는 접시는 약간 의외였다.
얼핏 봐도 색이 예닐곱 가지는 되어 보였는데, 가지런히 쌓이면서 한데 어울어져 만들어 내는 컬러 콤비네이션이 볼 만 했다. 천장 조명까지 비춰 가뜩이나 반듯하고 매끈한 그릇들이 더 빛나 보인다.
접시가 묵직해 설거지하고 건조시키고 정렬해서 운반하는 것도 일일 것 같은데, 네 칸으로 나눠 잔뜩 쌓아 끌어올 수 있는 바퀴 달린 접시 운반대가 있었다. 아침 이른 시간이어선지 아직 식사 손님이 적어 한 곳에 모여 순서를 기다리는 접시 운반대들이 줄지어 있었다. 이런 거 보는 순간, 놓치고 싶지 않은 즐거운 경험이다.^^
이렇게 봐도 볼 만 하고 저렇게 봐도 눈에 들어오는 컬러풀 접시 덕에 한 주간을 즐겁게 보내고 잘 먹고 왔다. 매번 이번엔 어떤 색일까(어떤 게 맨 위에 있을까), 어떤 색을 고를까 하는 즐거운 고민을 하게 했다. 접시 컬러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건 아니지만, 멋은 조금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 날의 컬러를 잘 고르면 조금 덜 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음식 접시만 아니라 커피 머그도 컬러풀했다. 의도한 건 아닌데, 접시와 머그 색을 매번 다르게 가져왔었군.^^ 주로 아침 메뉴를 중심으로 찍은 것 같은데, 아무래도 주위 사람들이 적어 한적하니 여유 있게 찍을 수 있었고, 담아온 것들도 제법 우아해 보이는 조합이기 때문인 것 같다.^^ 위튼도 그랬지만 테일러도 아침 메뉴가 맘에 들었다.
약간 생뚱맞게 접시의 컬러에 주목했지만, 접시의 일차적 소명이나 소임은 깨끗하게 닦여 손님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나도 좋아하고 g도 존경하는 황병구 형제 식으로 표현하자면, Ability(능력)보다 Availability(준비됨)가 더 중요한 법이다. 한 마디로 Available Ability(사용하도록 준비된/쓰임받도록 구비된 능력)인데, 적재적소에 놓여 눈에 띄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 첫 번째 요소는 깨끗하게 닦여 있는 것이다.
월요일 저녁부터 금요일 아침까지 북한을 위해 금식한 목요일 점심을 빼고 딱 10끼를 먹었는데, 이번에도 관례대로^^ 두세 끼는 건너뛰었다. 위튼에선 배가 덜 꺼져 그랬지만, 이번엔 다른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하나는 강사 숙소에서 식당까지 15분 정도 걸어야 하는 거리라 그리 시장끼를 느끼지 않을 땐 과감히 스킵했고, 또 하나는 35도 가까운 무더위에 혼이 나면서 음식 먹기 전에 더위를 먹어 그냥 숙소에서 쉬는 게 좋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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