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9 - ANA 기내식
Posted 2012. 9. 1.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OSTA USA대륙을 오가는 장거리 비행기는 보통 두 번의 식사와 한 번의 간식을 준다. 올여름엔 샌프란시스코에서 며칠 있다가 시카고에 갈 생각이었는데, 인디애나폴리스를 가게 되는 바람에 전체적인 스케줄을 바꿔야 했다.
그래서 마침 김포-오사카-LA-도쿄(하네다)-김포 노선을 전일본공수(All Air Nippon, 보통 ANA로 부르고 항공편 기호는 NH로 쓴다)에서 싸게 팔아 끊고, LA-Indianapolis-Las Vegas-LA는 Southwest로 따로 끊었다. 그러니까 국제선은 ANA로, 국내선은 Southwest를 타게 됐다. ANA는 전에 두어 번 타본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 아샤나 마냥 좋은 인상으로 남아 있었다.
기내식을 두고 항공사나 노선에 따라 호불호를 가리는 이들이 제법 있지만, 우리같이 가끔 비행기 타는 사람들에겐 언제나 괜찮은 게 기내식이다. 아직까지 정말 후진 기내식은 받아보지 못했고, 심지어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기내식 남기는 일은 우리 사전엔 없다.^^ 꼭 맛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냥 기내식이어서 좋은 것이리라. 그런데 ANA의 기내식은 맛까지 있다.
가는 길에 나온 건 간단한 덮밥과 소바로 구성돼 있는데, 클로즈업해 보니까 그래도 있어 보인다. 일본 사람들 좋아하는 재료로 심심하게 만들어 짜고 강렬한 맛에 익숙한 우리 입엔 2%쯤 부족해 보이지만, 먹을 만 했다. 소바는 두어 젓가락밖에 안 되는 양이었지만, 그래도 간장 쏘스와 와사비까지 스프 형태로 주어서 붓고 짜서 김까지 뿌셔 섞어 저은 다음 살짝 적셔 먹는데, 괜찮았다.
태평양이 넓기는 넓은지 미국행 비행기에서는 책을 읽다 눈 좀 부치다 해도 그리 시간이 쉬이 흐르지 않는다. 지루해 할 때쯤 중간에 작은 아이스크림을 하나 준다. 그래도 하겐다즈다. 완소 디저트 되시겠다. 양이 작은 대신 꽁꽁 얼려서 아주 천천히 조금씩 떠 먹게 돼 있다. 올 때도 주면 좋겠다 싶었는데, 안 주더군.^^
예쁜 물병에 든 생수 한 병과 갈 때는 식빵 샌드위치, 올 때는 크로와상 샌드위치를 참으로 준다. 일본 비행기를 타는 재미는 일본 맥주 맛을 보는 건데, 일부러 달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오며 가며 일본 유명 브랜드 맥주를 맛볼 수 있었다. 선토리, 삿포로 그리고 기린 맥주를 한 캔씩 맛봤는데, 아사히만 빠졌다.
여기서 잠깐, 이렇게 말하면 iami가 은근히 주당인가 보다 하겠지만 전혀 아니올씨다다. 주량은 맥주 한 캔이나 와인 한 잔 정도이고, 사실 조금만 먹어도 얼굴이 붉어지는 게 그 이상은 줘도 안 마신다. 그냥 호기심에 한 잔 정도 하는 거니, 오해들 마시기 바란다.^^ 술맛보다는 브랜드나 디자인에 더 관심이 있어 받아서 여기저기 살펴보다가 한 잔 홀짝하는 수준이다.
올 때도 비슷한 메뉴가 나왔다. 메밀 소바는 여전히 맛있다. 파인애플, 메론, 캔털럽이 한 조각씩 나와 긴 비행에 지친 입맛을 돋궈준다. 삶은 콩껍데기를 까서 한 알씩 털어 먹는 재미도 있다.
밥에는 구운 연어 한 토막이 나왔는데 실제로는 그리 큰 토막은 아니다. 오뎅 재료로 어묵만 주로 쓰는 우리에 비해 일본에선 무를 비롯해 야채들을 넣어 밥과 함께 먹는 모양인데, 오뎅 국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간장이나 고추장이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한 끼 정도 이렇게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식후에 나오는 커피는 내 입엔 대체로 진하고, 양이 적어 아쉽다. 그러고보니 아직까지 맛있는 커피가 나오는 비행기는 못 타본 것 같다. 그래도 보통 한 번 더 따라 달라고 하는데, 집에서나 밖에서나 커피 먹고도 잠을 잘 잘 수 있는 것도 큰 복이다.
'I'm traveling > KOSTA US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옆집 새 식구들 (4) | 2012.11.11 |
---|---|
지루한 귀국길 (4) | 2012.09.09 |
Episode 8 - 비행기를 놓치면 (4) | 2012.08.29 |
컬러풀 접시 (2) | 2012.08.19 |
김도현 교수와 한나절 (6) | 2012.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