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다리 김밥
Posted 2012. 9. 1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김밥은 만두와 함께 정신없이 먹게 되는 음식이다. 정말 들어간 게 없어 아주 밋밋하지만 않으면 한도 끝도 없이 집어먹는다. 보통 가벼운 밥 한 공기로 김밥 한 줄을 만드는데, 평소엔 밥 한 공기도 안 먹다가 김밥은 도대체 몇 줄을 먹게 되는지 모르니까, 최소한 서너 공기는 앉은자리에서 뚝딱하는 셈이 된다.
다른 집들도 그랬겠지만 우리도 아이들이 어릴 때 학교에서 소풍을 가거나 행사가 있을 때 도시락을 싸면서 몇 줄 더 만들어 집어먹는 게 거의 연례행사였다. 이제 아이들이 커서 김밥 쌀 일은 없어졌는데, 학교에서 등산 간다며 김밥을 싸 달라는 막내 덕에 목요일에 오랜만에 김밥으로 아침상을 받았다.
네 줄을 말아서 모양새 좋게 잘 썰린 것들로 도시락 싸고, 관례대로 남은 것과 칼로 썰 때 옆구리가 터졌거나 알맹이가 튀어나온 양쪽 꼬다리들이 접시에 담겨 나왔다. 짜잔~ 보기만 해도 므훗해지는 순간이다.^^ 길쭉한 햄을 넣는 대신 불고기를 넣어 오리지날 김밥 색깔은 안 나왔지만, 밥보다 고명이 많아 보이는 게 침샘을 자극하기 시작한다.
우리 학교 다닐 때도 그랬지만, 김밥은 앉은자리에서 얌전히 먹기보다는 여기저기 부산하게 움직이면서 집어먹는 게 제맛인데, 칼로 썰 때 하나, 접시 놓을 때 하나 해서 당연히 벌써 몇 개는 입으로 들어가 계시다.^^ 정말 이상하게도 김밥과 만두는 미리 집어먹는 게 당연시돼 있고,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얌전하게 디스플레이된 김밥 접시나 상자에서 내가 눈독을 들이고 찜해 놓거나 은근히 주위 사람들에게 안 보이는 울트라 레이저를 발사하면서 경쟁해 먼저 집어오는 건 물론 꼬다리 부분이다. 특히 소세지나 계란 지단이 많이 튀어나와 있는 것일수록 만족도가 높은데, 입속에 꽉차 우걱우걱 씹는 재미는 물론이고, 한 개로 한 개 반은 먹는 높은 효용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얌전하게 잘 썰어진 가운데 부분 세 개와 꼬다리 두 개 중 어느 것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은 지극히 우문이다. 뭘 그런 뻔한 답이 예상되는 걸 묻는가? 정말 내 선택이 궁금한가? 우리 사람, 성경의 가르침대로(마 23:23) 이것도 취하고 저것도 버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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