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짬뽕
Posted 2012. 9. 2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百味百想
요즘 차를 타고 다니다 보면 군데군데 황제 짬봉이란 간판을 내걸고 해물이 듬뿍 들어간 짬뽕 파는 집이 부쩍 늘었다. 육해공 재료와 물산이 풍부해 종류도 많은 중국 음식을 이것저것 메뉴로 올렸던 기존 중국집들과는 달리 대개 짬뽕과 짜장에 탕수육 정도만으로 메뉴를 단출하게 통일시키면서 맛에 신경 쓰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어디든 한 번 가 봐야지 했는데, 몇 주 전에 드디어 우리 사무실 가까운 곳에도 이 집이 들어섰다. 가게 이름만 같은 건지, 아니면 주방 레시피까지 같은 체인점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점심 한 끼니까 부담없이 가 보기로 했다. 테이블이 일곱여덟 개 밖에 없는 작은 분식집 크기라 맛은 크게 기대 안 했는데, 점심시간이어선지 등산객과 근처 사무실에서 온 대기 손님 서너 팀이 테이블이 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잉~ 이러면 쪼금 맛도 기대되는데..
이 집에 들어가면 분침이 조금 특이한 시계가 눈에 띄는데, 시계 바늘 모양이 반듯하지 않고 꺾여 있지만, 시간 가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다, 복을 유난히 좋아하는 중국집 분위기를 내려 홍색 복 복 자를 벽지처럼 붙였는데, 타이뻬이에서 복 자를 거꾸로 붙여놔 복이 마구 떨어지는 것처럼 해 놓았던 게 생각났다.
다섯이서 군만두, 짜장 곱배기, 짬뽕 곱배기 그리고 탕수육 대 자를 각각 하나씩 시켰다. 합해서 2만8천원 정도. 1번타자로 나온 군만두는 바삭하니 잘 구워졌는데, 보통 중국집에 배달시키면 서비스로 나오는 군만두와는 차원이 달랐다.
2번타자는 이 집의 상호에 등장하는 대표메뉴 짬뽕. 짬봉은 일단 국물맛이 좋아야 한다. 간이 적당히 돼 있으면서 볶은 재료의 맛이 배어들어야 하고, 너무 맵지 않으면서 적당히 칼칼해주면 좋은 짬뽕 국물맛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짬뽕 국물맛을 제대로 내는 집이 별로 없다
국물맛 다음은 역시 면발인데, 간혹 국물맛은 근사한데 면발이 따로 노는 경우가 있어 안습이다. 그러면 다 먹기가 부담스러워지면서 십중팔구 반 이상을 남기게 된다. 맛있는 짬뽕은 이런 법이 없다. 면은 면대로 들어가고, 국물은 국물대로, 고명은 고명대로 감칠맛이 난다. 이 집 짬뽕은 보통(4천원)과 해물이 더 들어간 황제 짬뽕(6천원)이 있는데, 둘 다 괜찮은 맛을 냈다. 오랜만에 짬뽕의 3대 요소가 두루 괜찮은 맛이었다.
3번타자는 짜장면인데, 특별하진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았다. 짜장을 볶을 때 생강을 조금 넣은 듯 약간 특이한 맛과 향이 났다. 일반적으로 짜장면 보통은 조금 적은 느낌이고,
곱배기는 조금 많은 느낌을 주는데, 이 집에선 곱배기를 시켜도 남기지 않고 먹을 것 같다.
4번타자 탕수육은 중 자(9천원)와 대 자(만5천원)가 있는데, 중 자만 시켜도 양이 제법 나온다. 분위기 괜찮은 차이니즈 레스토랑에서 코스 요리로 나오는 신경 쓴 탕슉에 그리 뒤지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바로 튀겨 나와 온기가 유지됐기 때문일 듯 싶었다. 혼자 갈 땐 짜장이나 짬뽕 중 하나, 둘이 가면 짜장 또는 짬뽕 중 하나와 탕슉 중 자 하나를 시키고, 셋이 가면 짜장과 짬뽕에 탕슉 중 자 하나 시켜 나눠 먹으면 제일 좋은 조합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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