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잠들다
Posted 2013. 2. 22.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웰링턴 해변을 거닐다가 코끼리처럼 보이는 커다란 나무 조각이 눈에 띄었다. 코끼리로 봐야 할지, 아니면 퇴화한 공룡으로 봐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녀석은 지긋이 눈을 감은 채 턱을 해변에 잔뜩 늘어뜨리고서는 한없이 무심해 보이는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아마 파도가 들려주는 소리, 바람이 전해 주는 소리, 지나가는 사람들이 주고받는 소리를 들으면서 더없이 잔잔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설마 녀석을 동물의 시체로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가 봐도 나무를 깎거나 오랜 시간 자연스레 깎고 다듬어져서 이런 형상이 됐음을 쉬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참 절묘하게 생겼다, 정말 멀리서 보면 진짜라고 여겨질 정도로 제법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기 때문이다. 감은 눈 부위도 그렇지만, 이빨 부위와 긴 코는 너무나 사실적으로 생겼다.
아마 이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면, 거대한 전체 형상을 만들어 놓아도 신기하겠지만, 이렇게 핵심부만 나타내는 게 훨씬 감각 있어 보이고 실감난다. 두어 사람 정도가 바다를 보며 앉아 쉴 수도 있는데, 한 사람은 목덜미 위에, 다른 사람은 긴 코가 시작되는 부분에 앉으면 딱이다. 코끼리 등에 앉아도 일어서는 순간 휘청거리던데, 목덜미와 코 위에 앉는 기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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