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하시다면?
Posted 2013. 4. 10.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작년 늦가을 뉴질랜드 코스타가 열린 해밀턴의 와이카토 대학 캠퍼스를 걷고 있는데, 시장하시다면? 으로 시작하는 입간판을 보게 됐다. 들어와서 감자튀김 한 그릇 먹고 가란 유혹이었는데, 그리 시장하진 않았지만 어떤 곳인지 구경하고 싶어 걸음을 향했더니 이번엔 자신들의 특선 메뉴 세 가지를 흑판에 분필로 적어 놓은 입간판이 또 서 있었다. 앞에선 물음표와 두 줄 친 밑줄에 끌렸는데, 이번엔 따라 들어오라는 화살표다.^^
버터 치킨, 로간조쉬 양고기, 채식주의 식사로 볼 때 인도음식점인데, 메뉴 아래에 간단한 재료가 나와 있고, 밥과 디저트도 제공한다고 써 놓았다. 채식주의자는 아니니까 당연히 치킨과 양고기 메뉴에 더 눈이 갔는데, 마침 밥을 먹은 지 얼마 안돼 사 먹을 생각은 아니고 그저 어떻게 생긴 식당인지가 궁금해 계단을 내려갔다.
나마스떼(안녕하세요에 해당하는 네팔과 인도식 인사) 키친이란 소박한 인도식당이었다. 카운터를 겸한 오픈 주방과 테이블 몇 개가 놓여 있고, 바깥에 적어 놓은 것 중심으로 너댓 가지 메뉴가 역시 작은 칠판에 적혀 있다. 대학생들의 식당답게 가격은 대개 8불 90전 수준(뉴질랜드 1달러는 900원 정도). 시내 카페 커피 값이 3.5-4불 정도니까 아주 싼 가격은 아니지만, 인도 음식점치고는 비싼 수준은 아니었다.
식사 시간이 지나 바쁜 때가 아니어서인지 쉐프 겸 종업원으로 보이는 인도계 사람이 주방 안에 한가로이 앉아 있었다. 규모로 봐서 혼자 일하거나 잘해야 한 사람 정도가 더 있을 것이다. 2-3분 더 가면 학생회관 비슷한 건물이 나오고, 거기에 한국인 부부가 하는 봉고 카페란 스시 집이 있어 뭘 사 먹어도 거기만 갔는데, 이런 식당이 있는 걸 보니 캠퍼스에 인도계 학생들이 제법 있는 모양이다.
2010년부터 세 해 연속 11월 하순이면 와이카토 대학에 있었고, 저 식당 입간판도 한두 번은 본 것 같은데, 왜 한 번도 먹어볼 생각을 못했을까? 대회에서 주는 대로 먹는 데 익숙해서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려는 모험 정신이 부족해서이기도 할 것이다. 언제 다시 저곳을 가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땐 꼭 버터 치킨이나 로간조쉬 양고기를 먹고 올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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