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는 의원과 무료한 개
Posted 2013. 4. 12.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Kiwi NewZealand작년 11월에 폴모와 웰링턴을 여행할 때 국회의사당 견학을 간 적이 있었다. 웰링턴은 뉴질랜드의 수도인지라 의회당이 있는데, 마침 근처에 갔다가 시간이 맞아서 한 시간 남짓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면서 좋은 구경을 했다. 벌집 모양(The Beehive)으로 생긴 이 건물과 오른쪽으로 이어지면서 지하가 연결된 도서관 건물이 국회의사당이다.
십여 년 전 잡지 일을 할 때 인터뷰가 잡힌 의원과 만나기 위해 국회 옆 의원회관에 가본 게 전부인데, 남의 나라 가서 생전 처음 의사당 안을 구경한 셈이다. 이 나라의 정치 제도나 역사를 잘 몰라서이기도 하고, 가이드의 설명을 충분히 못 알아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큰 재미는 없었고, 오히려 점심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잔디밭에 시민들이 따로따로 그리고 삼삼오오 편하게 다리 뻗고 앉아 휴식들을 취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의사당 구경을 마치고 주차해 둔 건너편으로 내려오는 길에 재밌는 그림이 그려진 카페를 겸한 술집 간판이 눈에 띄었다. 그림은 의원으로 보이는 이가 무료해서인지 어깨와 등은 뒤로 젖히고, 손은 깍지 껴서 배 위에 얹고, 입까지 벌린 채 신나게 오수를 즐기는 모습인데, 아마도 회의가 되게 재미없었던가 보다.^^
Backbencher(back+bench+er)란 말은 영국이나 영연방 국가들의 의원 가운데 당직을 맡지 않은 평의원을 뜻하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당대표와 원내대표 등 당직자들, 소위 중진들이 맨 뒤에 무게잡고 앉는데, 영국도 그렇지만 호주나 뉴질랜드 의회는 여야가 마주보고 앉게 돼 있고, 우리완 달리 주요 당직자들이 앞줄에 앉아 Frontbencher라 부른다고 한다.
간판의 맨 아랫줄에 있는 The House With no Peers는 "의원들이 없는 의사당" 정도로 해석되는데, 확실하진 않다. 상하원이 있는 영국과 영연방 국가들의 정치나 제도, 문화를 잘 모르니까 숨겨진 다른 엉뚱한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폴모, 나중에 이 포스팅 보면 댓글로 정확한 뜻 알려주게나. 꼭 폴모가 아니어도 뉴질랜드 독자들 가운데 아는 사람은 댓글 달아줄 것.^^)
우연의 일치였지만, 이 집 바로 옆에 차 한 대가 서 있었는데, 짐칸에 커다란 개 집이 실려 있고, 그 위에 목에 쇠줄을 찬 덩치 큰 개 한 마리가 무료(無聊)한 표정으로 쭈구려 앉아 있었다. 딱 이 집과 어울리는 장면이었다. 실력 없고 조는 의원들 못봐 주겠는 건 견공도 매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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