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팝콘
Posted 2010. 4. 27. 1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봄의 전령사를 자임하는 봄꽃들의 성급함이야 익히 정평이 나 있지만, 이들은 소임을 다하고 무대 뒤로 사라질 때도
그냥 퇴장하는 법이 없다. 목련의 그 처연함이야 차마 가까이 보길 망설이게 하지만, 그래도 벚꽃은 질 때도 뒷자태가
제법 아름답다.
산자락을 끼고 있다 보니, 산 벚꽃과 길 벚꽃은 피는 때도 조금 다르고 지는 순간도 서로 다르다.
한두 주 전부터 성급하게 떨어지는 꽃들도 있더니, 이번주 들어 비바람에 떨어지는 꽃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벚꽃이 떨어진 길은 왠지 빠른 속도로 밟고 지나가기가 망설여진다. 화려했던 순간을 뒤로하고 사라지는
벚꽃잎들이 연출하는 마지막 풍경엔 경의까지는 아니어도 마음의 작은 감사라도 표해야 할 듯 싶다.
입에 넣을 순 없지만 바라보기엔 딱 좋은 벚꽃 팝콘들이 길 바닥에 누워 있다. 나무에 달려서도 자태가 곱더니,
떨어져서도 마지막 서비스를 마다하지 않는다. 요 며칠 간은 벚꽃 지는 길을 천천히 즈려밟고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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