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의 장그래는 어떻게 좋은 글을 쓰게 되나
Posted 2013. 9. 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건너뛰고, 올해는 하루만 갔다 왔는데, 예상치 않던 강의를 맡게 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내게 주어진 강의 주제는 오래된 교인들이 QT나 일상생활의 기록을 좀 더 깊이 있게 남기는
일종의 저널링(Journaling), 그러니까 글쓰기(Writing)에 관한 것이었는데, 요청을 받고
두어 주간 주제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다가 이 제목이 나왔다.
몇 달 전부터 비정규 계약직 문제를 잘 다루면서 daum에 일주일에 두 번 업데이트 되던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을 흥미롭게 보고 있었는데, 57화부터 3회 정도 글쓰기와 관련해
참가자들과 브레인스토밍을 하면서 풀어나가기 좋은 소재가 생각났다. 주인공 장그래가 선배가
내준 간단한 무역 관련 보고서를 줄이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인데, 글을 잘 쓰거나 다듬는
과정에 대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대목이다.
5분짜리 자료를 만들고, 시간 나면 쓰려고 보충 자료로 작문 홈스쿨링 장면이 나오는 <흐르는
강물처럼>의 초반부도 3분짜리 클립을 만들어 두었다.
30명 정도가 신청했다고 들었는데, 무더운 토요일 오후인지라 반 정도가 와서 다들 흥미를
느끼면서 몰입해 주었고,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었어도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뭐, 학생들이 뭐라 말하든 선생은 요약 정리를 해 주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거니까,
느낌 아니까^^, 내가 정리한 포인트들을 ppt로 보여주니, 생판 모르는 강사가 그래도 대충
시간 때우는 건 아니겠단 표정들로 화답해 주었다.
장그래도 그랬고, 영화의 노만(브래드 피트의 형)도 그랬지만, 글쓰기의 핵심은 다이어트에
있다. 주제에 맞게 제대로 정확한 단어와 멋진 표현을 구사하는 것 못지 않게 주저리너저리 어느새
길어진 군더더기를 빼고, 홀~쭉하게, 간결하게 쓰는 게 일단 몸에 배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내 강의의 핵심이었다. 물론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되게 어렵다. Shall we 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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