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새벽날씨
Posted 2013. 8. 30.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Joy of Discovery
언젠가부터 아침 6시에 일어나면 부엌으로 난 작은창을 통해 한강 너머 예봉산을 살피는 게 하루 일과의 시작이 됐다. 정상은 오른쪽에 가려 안 보이니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적갑산쯤 되겠다. 사진으로는 하나의 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가 보면 여러 봉우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포진해 있다. 팔당대교와 산 아래 흐르는 한강은 아파트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무심코 산봉우리들을 바라보며 날씨를 대충 짐작하다가 이왕 하는 거, 가끔 카메라로 찍어두어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창틀에 작은 디카를 놓고 렌즈를 당겼다 밀었다 하면서 같은 프레임에 들어오는 풍경을 찍어두는 것도 괜찮은 기록이 되겠다 싶었다. 대략 어렸을 적 일기에 적던 대로 맑음, (잔뜩) 흐림, 비 내림, 눈이 옴 정도가 관측될 것 같다.^^
한강을 끼고 있는 산은 물안개가 자주 피어오르는데, 새벽녘에 종종 관측된다. 아직 산 전체를 휘감을 정도의 물안개는 못 봤지만, 산 중턱까지 차 오르는 물안개는 여러 번봤다. 나름대로 멋진 풍경이다. 이렇게 멀찍이 떨어진 집에서 봐도 멋있지만, 조금 부지런을 떨어 팔당대교 위에 서면 강가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물안개 향연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
장마철엔 산 전체를 비구름이 휘감는 바람에 산 정상부가 안 보이기도 하고, 심한 날은 아예 건너편 아파트 너머에 산이 있었는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회색빛 기운으로 가득하다. 물론 새벽녘의 풍경이 오전을 지나 오후까지 계속되는 날은 그리 많지 않고, 하루 사이에도 두세 차례 변화가 있는 날도 있는데, 하여튼 올 여름만큼 저리 뿌연 풍경을 자주, 길게 보여준 때도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올해 장마는 요근래 최고로 길고 늦게까지 지속됐는데, 거의 매일같이 하늘은 거의 회색 그라데이션만 보였고, 장마비가 세차게 내리치는 새벽엔 아예 산 전체를 비구름이 시커멓게 뒤덮어 심심하기 그지 없는 사진만 보여주었다.
장마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는데, 열대야가 심했던 작년보다 더 길어 지루하고 짜증나는 한밤을 보내면서 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20일이 지나면서 비로소 열대야는 지나갔는데, 8월 마지막 주일 새벽 류현진 경기를 보러 새벽 5시에 일어나 창가로 가 보니, 동이 터 오려는지 새벽노을이 장쾌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여전히 한낮엔 덥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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