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물소리길 11가지 풍경(3) - 김장 준비
Posted 2013. 11. 14.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11월의 물소리길은 단풍과 낙엽으로만 다가오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 걸어보니 볏단이나 김장 준비 같은 기대하지 않았던 풍경들을 보너스로 안겨 주었다. 올해는 배추 농사가 잘됐다는 뉴스도 있었지만, 양평에도 마을마다 배추밭이 한아름씩 추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열 지어 심어 놓은 배추들은 미처 묶어 놓을 틈도 없이 흐드러지게 자라 펑퍼짐해지기도 했지만, 지나가면서 한 눈에 보기에도 올 배추농사는 풍작인 듯 싶었다. 잘 된 것만 골라 뽑거나 밑둥은 널널하게 남겨두었는데도 배추밭이 별로 줄어든 표가 안 났다.
배추밭이 있으니 무밭도 있을 터. 이미 뽑아서 무는 무대로 팔려나가고, 무청은 무청대로 따로 모아 집안 한 구석을 차지하고 말린다. 무를 뽑아 자른 지 얼마 안 됐는지, 단면이 아직 살아 있었다. 시래기로 쓸 배춧잎처럼, 무청도 적당히 말려서 상에 오를 것이다.
무가 어찌나 크고 굵은지 서너 토막을 내 잘라도 한 뼘 가까이다. 바닷가로 치면 실한 갈치나 동태 토막 낸 것마냥 생생하고 싱싱해 보였다. 껍질을 벗겨 놓은 걸로 봐서 배추와 함께 바로 김장을 담글 요량인가 보다. 무도 발이 있는지 개중에 육손이 모양을 한 걸 골라 한가운데 올려놓았다. 어릴 때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오랜만이어서 반가웠다.
길을 걷는 동안 배추를 수확하거나 넓은 마당에서 아낙네들 모여서 김장 담그는 집도 두세 집씩 보였다. 주말을 맞아 일손을 도우려는 건지, 부모나 친지가 추수한 곡식이나 배추, 무를 가져가려 내려온 건지 깨끗해 보이는 외지 차들이 주차된 집이 여럿 보였다. 저렇게 단풍든 마당에서 담궈 땅을 파고 묻어둔 김장김치 맛은 안 먹어본 이들은 모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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