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물소리길 11가지 풍경(1) - 볏단 세우기
Posted 2013. 11. 12.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
토요일에 양평 물소리길 2코스(국수역-아신역-양평역)를 반 조금 넘게 걷고 왔다. 한 달 전 개천절에 1코스(양수역-신원역-국수역)를 기분 좋게 함께 걸은 야매목장 식구들이 단풍철 지나기 전에 2코스도 걷자 해서 잡힌 약속이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결국 dong님네와 우리 부부 이렇게 넷이서 단출하게 우리 동네에서 만나 국수역에 주차하고 걷기 시작해 아신역 지나 옥천냉면집에서 냉면과 완자를 먹고 돌아왔다.
1코스보다 조금 길지만 평탄한 코스를 다섯 시간 동안 10km 정도를 걸은 셈인데, 급할 것 없는 우리는 자주 발걸음을 멈추고 깊어가는 가을 풍경을 만끽했다. 양평역까지 완주할 수도 있었지만 마침 비도 옷 젖게 내리면서 슬슬 어두워질 기미를 보여 무리하지 않고 다음에 다시 아신역부터 걷기로 한 것이다. 여러 가정이 우루루 몰려 걷는 것도 재밌지만, 동년배의 두 가정이 둘둘넷넷 걷는 것도 삼삼한 재미를 선사해 주었다.
국수역에서 출발해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달 전만 해도 누렇게 익어 추수를 고대하던 벼들이 이미 추수를 마치고 넓은 논에 마치 바리깡이 지나간 듯 벼 밑둥만 열 지어 남기고, 군데군데 볏단들이 삼삼오오 묶여서 세워 있는 늦가을 풍경이 먼저 반겨주었다. 저 건너 청계산 자락과 어울려 쓸쓸해 보이기도 했지만, 계절을 피부로 느끼게 해 주는 마을 풍경이었다.
1 미터가 조금 넘어 보이는 볏단들은 일정한 양을 모아 가운데를 볏집 몇 줄로 꽉 묶은 다음 쓰러지지 않도록 몇 개씩 서로 등을 맞대고 지지하고 있었다. 모르긴 해도 옛날에는 벼를 베고 탈곡하는 일부터 남은 볏단을 모아 묶어 세우는 일까지 일일이 손으로 했을 텐데, 가지런한 모양새와 논의 규모, 급격히 줄어든 농촌 인구를 감안할 때 요즘은 기계로 해야 가능하겠다 싶어 보였다.
이렇게 묶어 세워 둔 볏단들은 비닐로 칭칭 감아 압축시켜 운반하기 좋게 만드는데, 걷는 내내 여러 마을에서 비슷한 풍경들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11월 9일이면 단풍이 많이지지 않았을까 은근히 걱정했지만, 걸으면서 자주 발걸음을 멈추고 감상해야 할 정도로 딱 좋은 가을 풍경을 남겨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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