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물소리길 11가지 풍경(2) - 볏단 비닐 싸기
Posted 2013. 11. 13.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자란 나는 농촌 생활은 물론 풍경에도 익숙하지 못하다. 도시의 일상에 젖어 있고, 주말이나 방학, 휴가 때도 농촌이나 시골을 찾을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논과 밭, 벼와 보리 구분도 쉽지 않으니, 시골길을 걸으면서 새삼 추수가 끝난 논에 세워둔 볏단에 눈길이 가는 것도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다.
볏단들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볏단들 뒤로 논바닥에 뒹굴고 있는 하얀색 물체들이 눈에 띄었다. 원통 형태의 가로 세로 높이가 거의 같은 크기인 이 물체는 무언가를 단단히 쪼매고 있는데, 가까이 가서 말풍선처럼 생겨 옆으로 튀어나온 걸 보니 비닐 재질이었다.
오래 전에 지방을 갈 일이 있을 때, 평야 지대를 지나는 차창에서 멀리 떨어진 논에 이것과 비슷한 물체들이 듬성듬성 자리 잡고 있는 걸 보면서 뭘까 궁금해 했던 적이 있었다. 생전 이런 걸 본 적 없는 무식한 나는, 추수가 끝난 논에 겨울 농사를 대비해 비닐 하우스를 설치하기 위해 비닐 뭉치를 헬리콥터로 투하한 것인 줄로 지레 짐작하기도 했었다.^^
그 오해는 그 후로 한참 시간이 지나 최근에야 풀렸는데, 탈곡을 마친 볏단을 모아 운반하기 쉽게 비닐 포장한 거였다. 추수와 탈곡도 기계로 하는 판에, 볏단 뒷처리와 운반도 응당 기계가 해야 하고, 그러려면 이동하기 쉽게 거의 같은 크기로 가지런히 모아서 압축하고, 가운데를 철끈으로 다시 단단히 묶은 다음 비닐을 겹겹이 둘둘 말아 반듯하게 마감한 거였다.
조금 더 걷다가 다른 논에서 마침 볏단 비닐 하나가 가운데가 뚫려 있길래 가까이 가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저 촘촘한 볏단 묶음들의 용도는 뭘까? 옛날 같으면 새끼를 꼬거나 가마니 만드는 데 쓰였겠지만, 요즘은 그런 수요가 거의 없을 테니 분명 다른 용도가 있을 것이다. 잘라서 소먹이용 사료로 쓰일 것 같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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