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같은 겨울나무들
Posted 2013. 12. 18.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멋진 나무 한 그루가 단연 눈에 띈다. 어떻게 저런 각도가 가능할까 할 정도로 거의 45도
방향으로 뻗다가 다시 위로 방향을 틀어 곧게 가지를 펼치고 있다. 한겨울이라 나무의
모든 잎은 떨어지고 없는데, 잎이 없어도 그 고고한 자태는 오히려 빛이 난다.
흐린 날 정상 근처에 있는 나무들은 컬러로 찍어도 흑백풍이 난다. 동양화, 그 중에서도
수묵화 한 폭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데, 가로로 보는 것과 세로로 보는 느낌이
조금 달라 이렇게 저렇게 찍어보게 만든다. 세로 사진 아래로는 눈 맞은 나뭇가지들이 마치
보슬비가 오는 것처럼 가느다랗게 찍히면서 묘한 앙상블과 원금감을 이루고 있었다.
펼쳐진다. 누군가는 실핏줄 같다고, 또 어떤이는 흰 종이에 잉크가 번지는 모습을 고속
촬영한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창 계절 좋을 때는 이런 장면을 볼래야 볼 수 없는데,
추운 겨울에도 산을 찾는 이들을 위해 겨울 하늘이 마련한 선물이다.
난 그림을 못 그리지만, 나무를 그림으로 그린다면 아마도 이렇게 밑 스케치를 하지
않을까 싶다. 거의 FM 수준으로 가지를 뻗고 있는 이 군더더기 하나 없는 나무에서 오히려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졌다. 잘 생기지도 않았고, 독특한 개성을 풍기는 것도 아니었지만,
단순한 여백의 미가 느껴지면서 다른 계절엔 어떤 모양일지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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