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회 리본들
Posted 2013. 12. 14. 00:00, Filed under: I'm wandering/I'm a pedestrian
양평 백운봉(941m) 등산로에서 만난 산악회 리본들은 있어야 할 순간과 자리에 정확히 달려 있어 처음 이 산을 오르내리는 이들의 좋은 파트너가 돼 주었다. 다른 산들처럼 멀찍이 떨어져 달려 있었다면 두세 번은 방향을 놓치고 헤매기 쉬운 지점이 있었는데, 그럴만하면 영락없이 어떤 색깔이든 한두 개 리본이 이리로 오라고 손짓해 주었다.
제일 많이 달려 있는 건, 양평시에서 달아놓은 살기 좋은 도시 양평의 백운봉이란 산 이름 그대로 빨간 색에 흰색으로 새긴 것. 그 다음부터는 어떤 게 많이 달렸는지 세는 게 큰 의미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산악회들이 정기산행을 오면서 회원들을 위해 달아놓은 게 그 후로도 이 산을 찾는 이들에게 두고두고 유용한 길 안내를 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산악회 이름들이 참 다양하다. 대개 두서너 자로 이름을 지었는데, 부르기도 좋고 듣기도 좋은 쉬운 이름들이 많았다. 을산에서 온 산다람쥐 산악회는 회원들의 발빠른 기동력이 연상되는 좋은 이름이다. 이름에 걸맞게 노란색에 짙은 청색 글짜가 선명하다. 그 옆엔 광진구에서 온듯한 디딤돌 산악회가 자리하고 있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산악회만 있는 게 아니라 한국 사람들은 나이가 비슷한 이들끼리 잘 어울리기에 등산도 비슷한 연배 사람들과 다니는 경우가 많다. 1955년에 태어난 양띠들이 모여 만든 양띠산악회의 캐치 프레이즈는 무정세월. 50대 후반에 잘 어울리는 말이다.^^ 리본을 크게 만든 62 산악회도 62년생들의 모임일 테고, 3450 서울산악회는 34세에서 50세까지란 말인지, 휴대폰 번화가 3450이란 말인지 모르겠다.^^
저 아래 있던 산다람쥐 사람들이 벌써 여기까지 올라온 모양이다.^^ 그 옆에 꽃분홍색 리본은 KBM이란 영어 이니셜로 정체 불명인데, 아름다움을 뜻하는 한자 미 자가 있는 걸로 봐서 미용업에 종사하는 분들이거나 뭔진 몰라도 용모와 관련된 이들의 산악회 느낌이 난다. 이밖에도 백운봉에는 수십, 아니 수백 개의 산악회 리본들이 달려 있어 거기 새겨진 이름만 오르내리는 동안 대충 훑어봐도 산행이 힘들지 않고 심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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