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바르트를 읽고 있다
Posted 2014. 3. 30.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칼 바르트(Karl Barth, 1886-1968)의 전기를 읽고 있다. 1975년에 독일어로 처음 나온 책이 40년이 거의 지난 올해 초에 우리말로 번역돼 나와 내 손에 들려진 것이다. 첫 인상은, 두껍다는 것. 작년부터 오르기 시작한 한국의 마터호른 양평 백운봉이 940m인데, 이 책은 935쪽이니까 거의 그 높이다. 아니, 그 두께다.^^ 책값도 물경 4만2천원.
그의 신학에 빠져 단숨에 읽었다, 라고 써야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하루에 50쪽 정도씩 쉬엄쉬엄 읽고 있다. 작년 가을에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C. S. 루이스의 5백쪽 넘는 전기를 거의 단숨에 읽었던 것에 비하면 조금 초라한 독서 속도지만, 뭐 같은 전기 장르이긴 해도 워낙 스타일이 다른 책이니까 읽는 속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거의 극보수에 가까운 장로교 합동 교단 배경에서 성장한 내게 바르트는 거의 금단(禁斷)의 영역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웃기는 얘기지만, 옛날 신학자들은 자기들도 안 읽고 남도 못 읽게 만드는데 선수였던 것 같다. 자유주의 또는 신정통주의 운운하면서 추천하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신학의 바다를 유영(游泳)하는 즐거움을 박탈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재밌는 책은 아니지만, 뭔 말인지 모를 정도로 안 읽히는 책도 아니어서 다행이다. 읽을만 하다는 말이다.^^ 다행인 건, 권말 70쪽 정도는 각주와 색인이니 건너뛸 수 있고, 챕터 사이 사이에 50쪽 정도는 사진 자료로 채워져 있어 실제 읽을 분량은 그만큼 줄어든다. 백운봉 오르듯 한 걸음 한 걸음 타박타박 걷다 보면 능선을 만나고 정상도 밟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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