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본 교환
Posted 2014. 3. 2. 00:00, Filed under: I'm journaling/숨어있는책, 눈에띄는책알라딘에 주문한 책이 왔는데, 그 중 한권이 무엇에 찢기고 눌렸는지 뒷표지 우측 상단부터 백여 쪽 넘게 상처와 흠집이 있는 게 들어 있었다. 사람이 일부러 찢으려 해도 저런 상태는 못 만드는데, 아마 제본 단계에서 기계에 부딪혀 찢겨진 것 같았다. 인터넷 서점에 주문하면 가끔 살짝 흠이 있거나 접힌 책이 올 때도 있지만 이 정도 상처난 책은 처음 본 것 같다. 웬만하면 그냥 보겠는데 처음부터 이런 상태로는 읽기 곤란해 이 책만 반품 교환을 신청했다.
종종 이런 사고가 일어나는지, 알라딘 측은 반품 교환 주문을 당일에 받고, 그 다음 날 상품을 준비중이란 중간 메일을 보내오고, 또 그 다음날 발송했다는 메일을 재차 보내왔고, 신청 후 사흘만에 택배로 책을 보내오면서 상처난 책을 회수해 갔다. 누구라도 받기 싫었을 이런 상태의 책을 미리 발견했더라면 차마 발송하진 않았을 텐데, 다소 번거로웠지만 그래도 애프터 서비스가 나쁜 편은 아니었다.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는 10년도 더 지난 2003년에 번역 출간된 책인데, 제목만 주워 듣고 있다가 이제야 읽게 됐다. 익숙한 저자지만, 최재천 교수가 <통섭의 식당>에서 "과학 시간에 이런 책을 읽히면 어떨까?" 하는 제목과 함께 극찬을 하는 바람에 사게 됐다.
리처드 파인만, 에드워드 윌슨, 리처드 도킨스 같은 과학자가 아니면서도 수준 높은 교양과학서를 쓰기 위해 3년간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서 눈동냥, 귀동냥해서 쓴 책이라는 훈장을 달아주고, 우리의 딱딱하고 재미없는 과학 교육 대신 이런 책을 읽히고 써보라고 하는 게 나을 거란 자기반성이 맘에 들었다.
지극히 문과 취향의 나는 수학과 과학엔 젬병인데, 출간 당시 국내외에서 대단한 호평을 받으면서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는 띠지의 선전 문구가 무색할 만큼 무식하고 빈약한 내 독서 취향을 돌아보게 된다. 여담과 결과론이지만, 학창시절에 이 비슷한 책을 접하고 읽었더라면 조금은 과학과 친해지고 관심과 흥미를 느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달래며 5백쪽이 휠씬 넘지만 옆에 두고 천천히 읽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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