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여행(8) - 별그대 찍은 장사도
Posted 2014. 4. 24.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남해에 왔으니 배를 한 번 타 줘야 하는데, 한려수도 일대를 유람하는 배를 탈까 하는데 미리 생각해 둔 데가 있으니 그리로 가는 배를 타잔다. 도민준 씨와 천송이가 나왔던 <별그대>에서 동백꽃 나온 곳, 장사도(長蛇島)를 봐야겠다는 거다. 통영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며, 총 4시간 소요, 왕복 요금과 장사도 입장료 포함해 1인당 3만 2천원.
통영에는 배 타는 곳이 두 군데 있는데, 여객선 터미널과 유람선 터미널 가운데 숙소에서 가까운 유람선 터미널에서 10시 배를 탔다. 하루 두 번 600명이 탈 수 있는 대형 크루즈 해피킹 호를 탈 수 있는 시간이다. 3층 갑판에서 잔잔한 바닷바람을 쐬며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을 구경하노라니 어느새 장사도가 보였다. 아직 동백이 남아 있는 아름다운 섬이었다.
장사도는 폭이 400m쯤 되고, 전체 길이는 1.9km에 높은 곳은 해발 100m쯤 되는 아담한 섬인데, 해상공원으로 지정돼 있었다. 배삯 말고 무슨 섬 입장료를 8천원씩이나 따로 받냐 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섬이었고,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동백꽃을 비롯해 이런저런 꽃들과 나무 그리고 전체적으로 잘 정돈된 조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요즘 이 섬을 찾는 이들의 최대 관심지는 바로 이곳, 동백꽃이 한창일 때 도민준 씨와 천송이가 날아오듯 등장한 길과 큰 나무가 있는 유럽풍의 가옥이다. 여성들은 탄성을 지르며 줄서서 사진 찍기에 바쁜데, 진짜 동백이 한창일 때 사람 없는 이 길을 걷노라면 환상적이겠다 싶었다.
이 섬에는 수십여 점의 오래되고 멋진 분재들을 전시하는 옥외 공간도 있고, 무지개다리 같은 사진 포인트도 있어 누구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꽃과 나무에 둘러싸인 돌조각 둘이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누군가 살포시 얹은 동백꽃 한 송이는 참 아름다웠다.
지금은 폐교됐지만 교실 한 칸 짜리 장사도분교도 남아 있고, 선인장 온실과 아주 작은 교회당도 한 채 있으며, 군데군데 눈길을 끄는 설치 작품들과 너와집 등이 전체적으로 풍광이 좋았고, 사진을 잘 받았다. 우리를 내려준 배는 두 시간 있다가 회항한다면서 두 시간 안짝으로 산책하고 구경한 다음에 반대편 선착장으로 내려오라고 했는데, 몰려든 사람들의 동선에 따라 움직이니 딱 적당했다.
물론 무엇보다 아름다웠던 것은 섬에서 바라보는 다른 섬들이었다. 저 섬들도 잘 꾸며놓은 여기만은 못해도 독특한 풍광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따스했고, 바람도 거의 없어 섬 구경하기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저런 잔잔하고 고요한 바다를 보고 왔는데, 며칠 뒤 진도 앞바다에서 말도 안 되는 끔찍한 일이 일어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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