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여행(6) - 송이복국 참복 맑은탕
Posted 2014. 4. 21.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하루이틀 여행통영에서 먹은 것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건 뜻밖에도 참복 맑은탕이었다. 서호시장을 구경하다가 우연히 눈에 띄어서 들어간 송이복국이란 아담한 식당에서 맛본 복국은 전날 멍게비빔밥과 도다리쑥국을 먹으면서 다소 비싼 느낌을 받아 찝찝했던 통영 식당들에 대한 인상을 상당 부분 털어낼 수 있을 정도로 시원하고 괜찮았다.
원래 먹으려던 건 만천원 받는 졸복탕인데, 졸복<참복<밀복 순으로 크기가 다르다는 말을 듣고 만5천원 받는 밀복을 시켰는데, 지금은 밀복철이 아니란 말에 참복으로 선회했다. 맑은탕(지리)은 만2천원, 매운탕으로 시키면 2천원씩 더 받았는데, 소박하면서 정갈해 보이는 반찬들을 먼저 내왔다. 가운데 놓인 모양이 다른 접시에 담긴 게 시선을 잡아끌면서 젓가락이 부지런히 오가게 만들었다.
밑에 미나리를 깐 멸치회였다. 남도에 와서 먹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난데, 보통 한 접시에 2만원 정도 받는 것 같았다. 이런 걸 밑반찬으로 주는 걸 보니 복국은 아직 안 나왔어도 안 봐도 맛이 있을 것 같았다. 초장에 버무려 미나리와 함께 한 점 입에 넣어보니, 사.르.르. 녹는 맛이다. 복국이 나오기 전에 둘이 한 접시를 가볍게 비우고, 직원 총각에게 저 위 서울 촌동네에서 와서 이런 거 먹어본 적 없다고 하니, 처음보다 더 푸짐하게 한 접시 더 갖다 주었다.
멸치고추 젓갈도 있었는데, 큼지막하고 두툼한 멸치 눈이 살아 있었다.^^ 밥을 한 숟가락 크게 떠서 입에 넣고 조금씩 먹어야 할 정도로 짰다. 멸치회가 입맛을 돋구는 애피타이저였다면, 이 멸치 젓갈은 짭짤하면서도 침샘을 자극하는 거의 밥도둑쯤 되는 것 같았다.
멸치회와 멸치젓 맛에 빠져 있는 동안 참복 맑은탕이 나왔다. 미나리와 콩나물만 넣고 소금간만 해서 맑고 시원한 맛을 냈다. 우린 평소 조금 싱겁게 먹는 편이지만, 간이 잘 된 살짝 뜨끈하고 짠맛을 싫어할 리 없어 입에 잘 맞았다. 이걸 안 먹었으면 통영 음식에 대해 잘못 알고 갈 뻔 했다.^^
국물이 시원하다고 해서 미나리와 콩나물만 잔뜩 들어 있고 막상 생선살은 안 보였다면 조금 서운했을 텐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제법 두툼한 살점이 몇 점씩 들어 있었다. 3시쯤 돼서 늦은 점심 시간이었지만, 옆 상에선 관광 오신 듯한 예닐곱 분이 만천원 받는 도다리 쑥국을 역시 맛나게 먹고 있었는데, 어쩌면 숨어 있는 맛집 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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