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돔 등정기 3 - Showtime, Just Jump Up
Posted 2014. 8. 3. 00:00, Filed under: I'm traveling/Wild Yosemite
자, 이제부턴 요세미티 하프돔 쇼타임이다. 관례대로 점핑샷을 남기기로 하고 뛰고 또 뛰고 또 뛴 끝에 한 장씩 건졌다. 점핑샷은 조금 밑에서 찍어야 각이 살고 폼이 나는데, 발차기도 아니고 공중 태권도를, 그것도 허공에 대고 하는 우스운 장면이 포착됐다. 더 좋은 장면을 남기고 싶었지만, 나이를 생각해야지, 뭐 이만하면 됐다.
토니는 두어 번 뛰어보더니, 요령을 알겠다면서 하나-두울-세엣 하면서 곧바로 멋진 순간을 남겼다. 버프를 모자 삼아 두르고 배낭까지 맨 채로 뛰어오르더니 다이나믹한 샷을 연출했다. 다른 팀이었으면 40 중반에, 담임목사에 제법 대접을 받았겠지만, 우리 팀에선 막내로 뭘 해도 싱그럽고 우월한 젊음이다.^^
하프돔엔 안 올라갈 거라는 등 잔뜩 연막을 치다가 제일 먼저 올라오는 반전을 연출했던 Shiker님은 점핑샷에서도 놀라운 공중 부양 내공을 과시했다. 모자만 중공군 스타일이 아니었으면 흠 잡을 데 없었을 텐데^^, 그래도 대박 샷을 건졌다. 역시 점핑샷은 뛰는 사람도 잘 뛰어야 하지만, 찍는 사람도 각을 잘 잡고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는 걸 보여주었다.
마치 달나라에라도 온 듯한 기분으로 하프돔 정상부 이곳저곳을 돌아보다 보니 한 시간 가까이 지났다. 해는 이제 머리 위에서 내려쬐고 있다. 선블록을 발랐지만, 나무 하나 없는 바위산 꼭대기에 더 있다간 살이 벌겋게 익을 것 같다. 등정의 벅찬 희열과 환희를 충분히 누렸으니 이제 돌아가야 한다. 으~ 그 끔찍한 케이블에 다시 몸을 의지해야 한다.
군대도 안 갔다 온 토니가 유격할 때 몸을 뒤로 해서 줄 잡고 하강하는 시범을 보여 주었지만, 이미 와락 겁을 먹은 나는 저 까마득한, 깎아지른 직벽 아래로 내려가는 것도 일이었다, 실제로 하프돔 사고의 상당수는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 일어난다는 말도 들은 적 있어 잔득 긴장하고 천천히 케이블에 몸을 맡겼다. 아니, 올라갈 때보다 더 단단히 움켜쥐고 바르르 떨면서 정신 없이 내려왔다.
이것도 학습 효과가 있는지, 점차 요령이 생기면서 마음의 여유도 슬슬 회복되기 시작할 즈음, 아래서 토니가 손을 들어보랜다. 음~ 저거 줌이 안 되는 단렌즈니까 일단 나무 발판에 서서 한 손은 케이블을 붙잡고 다른 손을 들어 괜찮은 척 포즈를 취했다. 1/3쯤 내려오자 차츰 여유가 생겨 처음으로 케이블 저 위와 아래를 쳐다봤다.
저길 언제 내려가나 했는데, 어느새 다 내려왔다. 케이블 바로 옆 장갑 벗어 두는 데다 두 시간 가까이 내 분신이 되어 나를 지켜준 장갑에 감사를 표하고^^, 있던 자리에다 돌려 놓았다. 생각 같아선 무릎이라도 꿇고 입이라도 맞추고 싶었지만. 너무 오버하는 것 같아 그냥 손을 펴 보이는 걸로 대신했다. 나처럼 저 앞에서 떨고 두려워하는 누군가를 지켜주는 좋은 친구가 되기를.
Finally, I made it to the Top! 하프돔 등정과 요세미티 백패킹의 환희를 간직하기 위해 1890년에 시작됐다는 Halfdome Hikers Club 기념셔츠를 세 장 사서 하나씩 나누었다. 내 것은 등뒤에 하이커 번호 28020이 찍혀 있고, 셋이 번호가 달라 재밌었는데, 물론 실제 등반 순서를 말하는 건 아니고,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붙인 숫자일 것이다. 그래도 좋았다. 저길 다 올라갔다 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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